김시업교수팀, '정선 아라리' 7000여편 집대성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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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韓民族)의 민요 ‘아리랑’의 원류로 평가되는 강원 정선의 ‘아라리’. 정선사람들은 유독 아리랑을 아라리라고 부른다.

아리랑이 한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것은 경기자진아리랑을 편곡해 영화음악으로 사용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1926)이 계기가 됐다. 아리랑 연구가인 김시업 교수(61·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부원장·국문학·사진)는 최근 발간된 ‘정선의 아라리’(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에서 경기자진아리랑뿐만 아니라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도 모두 정선아라리에서 유래했다고 밝혔다.

정선아라리는 세마치장단(8분의 9박자)이라는 것과 ‘레’로 시작해서 ‘미’로 끝나는 리듬, 음정의 기본규칙만 있을 뿐 부르는 사람에 따라 늘 가사와 형식이 창조된다.

정선아라리의 무대가 된 강원 정선군 북면 아우라지. ‘임을 그리다 화석이 된 처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처녀상’이 세워져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변화무쌍한 아라리의 20세기 말 모습을 집대성한 ‘정선의 아라리’는 연구책임자인 김 교수가 성균관대 국문학과 민요조사반과 함께 1982년 1월부터 1994년 2월까지 13년간 현지 조사한 결과물. 정선지역 71개 마을, 499명의 노래를 채록한 140개 분량의 녹음테이프와 노랫말 카드 1만여개에서 총 7000여편을 골라 정리했다. 이 중 특히 독창성이 돋보이는 것은 2600여편.

“술 아니 먹자고 한사결단했더니/안주 보고 주모님 보니는 또 한잔 먹겠네/ 삼각산이 들커덩 무너져 평지 음지 되더래두/당신하고 나하고는 절쿠만 살아봐야지…”

1994년 채록 당시 77세였던 윤용산 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중간 중간에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아라리’를 노래했다. 김 교수는 “아라리는 박제돼서 전승되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숨쉬는 민요”라고 말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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