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살아남자"…신입생수따라 교수 급여 차등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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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 줄어들어 존폐 위기에 놓인 지방 전문대와 사립대들이 ‘독립채산제’를 도입하고 야간과정을 폐지하는 등 필사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지방대가 과거 교수들에게 신입생 모집인원을 할당하는 일은 있었으나 학과별로 학생 수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는 독립채산제가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또 정원 늘리기에 급급했던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야간과정을 폐지해 학생 수를 줄이는 것도 최근 들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생 수에 따른 독립채산제=부산 D전문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올 1학기부터 학과별로 일반 기업의 성과급제와 성격이 비슷한 독립채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교수들의 월급을 기존의 70∼80%에서 설정한 뒤 학과별로 신입생 모집 상황에 따라 0∼50%의 성과급을 교수들에게 지급한다는 것. 교수들은 모집정원을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면 기존 월급의 70%를 받게 되며 100% 채우면 이전보다 월급을 20∼30% 더 받게 된다.

지난해 모집정원에서 40%나 미달됐던 이 대학은 교수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독립채산제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산업체 위탁생에 대해 독립채산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신입생이 5배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 A전문대는 올해부터 전체 8개 계열 가운데 4개 계열에 대해 독립채산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내년부터 모든 계열에 확대 적용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광주의 A전문대는 학과별로 교수들이 할당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교수의 월급 일정액을 삭감해 내년에 신입생 홍보비로 쓰기로 했다. 이 대학은 교수 1인당 신입생 20명을 할당하고 학생 1명을 유치하면 1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독립채산제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 비인기학과의 퇴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독립채산제를 먼저 도입하는 대학은 초기에 성과를 올릴 수도 있지만 많은 대학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결과적으로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

D전문대의 한 교수는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를 재편하고 특성화로 경쟁력을 갖추는 진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신입생 모집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지는 야간대=야간학과 지원생이 크게 줄자 각 대학은 경쟁적으로 야간학과를 줄이고 있다.

부산 D대는 야간학과의 정원 100여명을 줄였으며 부산 K대는 야간과정 신학과를 아예 폐지했다. 또 야간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부산지역 3, 4개 대학이 일부 야간학과를 없애거나 인원을 50명 이상씩 크게 줄였다.

대구 C대학은 지난해 야간학과의 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자 모집정원을 950명에서 올해 700명으로 크게 줄였다.

광주 C대학은 올해 모든 야간강좌를 없애고 전일제 수업을 도입키로 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15개 모집단위에서 야간학과생 660명을 모집했으나 100명이 미달되자 아예 야간강좌를 없애고 14개 모집단위를 오전 9시∼오후 10시에 강좌를 개설하는 전일제 수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야간학과는 과거 직장인들을 위한 강좌로 인기가 있었으나 요즘에는 직장인이 거의 없고 학생들도 ‘야간’을 기피해 야간 학생을 따로 모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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