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고속철이 달린다]<上>국토이용 방식의 대변화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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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가 1992년 6월 착공한 지 14년 만인 2004년 4월 1단계 사업을 마무리짓고 개통된다. 이렇게 되면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좁혀지면서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동남부지역 주민을 위한 고속철도 출발역으로 건설되고 있는 광명역에서 고속열차 시험선 탑승을 마친 승객들이 역을 빠져나오고 있다. -광명=김동주기자
고속철도가 1992년 6월 착공한 지 14년 만인 2004년 4월 1단계 사업을 마무리짓고 개통된다. 이렇게 되면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좁혀지면서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동남부지역 주민을 위한 고속철도 출발역으로 건설되고 있는 광명역에서 고속열차 시험선 탑승을 마친 승객들이 역을 빠져나오고 있다. -광명=김동주기자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고속철도가 100여일 뒤 개통된다. 개통일은 2004년 4월 1일. 한국은 세계 6번째 고속철도 보유국으로 발돋움한다. 국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에 못지않다. 외국의 예를 보면 고속철도 개통으로 국토이용 방식에 큰 변화가 오고 산업에서도 일대 혁신이 생긴다. 3회에 걸쳐 고속철도가 가져올 변화상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유명 화장품회사 연구소의 주임연구원인 A씨(43)는 10년 전 일본 도쿄(東京)에서 니가타(新潟)현의 에치고유자와(越後湯澤)로 이사했다. 시골 출신으로 빡빡한 대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낀 데다 두 자녀를 키우는 데도 자연환경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륙 산악지대에 위치한 에치고유자와는 온천이 유명하고 경치도 좋아 사계절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다만 도쿄에서 직선거리로 200km 떨어져 있고 도중에 험준한 산이 줄을 잇고 있어 승용차로 무려 4시간이나 걸린다. 그런데도 도쿄에 직장을 둔 A씨가 이곳을 택한 것은 고속열차 ‘신칸센’을 이용한 출퇴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오전 6시쯤 집을 나서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역에서 6시6분발 도쿄행 신칸센 ‘다니가와 430호’를 탄다. 가방에서 노트북컴퓨터를 꺼내 하루 일과를 구상하고 간단한 업무처리와 자료작성을 하며 아침식사도 해결한다. 도쿄역에는 7시36분에 도착한다. “업무와 휴식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고 아이들이 대자연을 호흡하면서 자랄 수 있어 좋다”며 그는 매우 만족한다.

▽서울∼부산이 2시간대=내년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한국에서도 이런 삶이 실현가능하다.

현재 서울에서 1시간(새마을호 기준)이 넘게 걸리는 천안아산역까지 고속철도를 타면 34분이면 닿을 수 있다. 30분이 줄어드는 셈. 대전도 49분이면 도착한다. 동대구는 1시간39분, 부산은 2시간40분 걸린다.

호남선 구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2시간30분, 목포는 2시간49분으로 단축된다.

2010년에 가면 경부선축의 통행시간은 더욱 당겨져 서울∼부산 구간이 1시간56분으로 줄어든다. 전국이 명실상부한 ‘반나절 생활권’이 되는 것이다.

▽지방 도시의 활성화=이처럼 통행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기대되는 가장 큰 변화가 지방도시의 활성화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180km 떨어진 뱅돔은 고속철도 테제베(TGV) 개통 전까지는 내세울 만한 산업이 없는 지방 소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속철도역이 들어서고 파리까지 통행시간이 2시간20분에서 42분으로 줄면서 변화가 생겼다. 뱅돔시가 이를 계기로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업체들을 적극 유치하기 시작한 것. 또 파리와의 근접성을 살려 레저단지와 골프장을 집중 조성했다. 이후 뱅돔은 첨단산업단지를 갖춘 관광도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또 2만2000명의 상주인구가 있는 소도시에 1500개의 일자리도 새로 만들어졌다.

일본 혼슈(本州)의 끝인 아오모리(靑森)현도 작년 12월 초 신칸센이 연장 개통되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혔으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1.5배 늘었고, 홋카이도(北海道)를 비행기로만 다니던 관광객들이 신칸센으로 이곳까지 와서 쇼핑이나 관광을 한 뒤 배를 이용해 홋카이도로 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덕분에 토산품 판로가 전국으로 확대됐고 지역경기가 살아났다.

건설교통부도 최근 ‘고속철도가 국토공간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내부보고서에서 고속철도 정차역 주변 도시의 개발로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와 대전시, 전북 익산시, 경북 경주시 등은 고속철도 정차역을 중심으로 하는 역세권 개발계획을 수립했거나 수립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될까=하지만 고속철도 개통이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억제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낙관론은 지방도시가 고르게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이나 경제력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인구도 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교부 권도엽(權度燁) 국토정책국장은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행정수도 이전, 천안 아산신도시 조성 등의 조치를 추진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속철도의 비싼 요금 수준 △천안 등 수도권 대체지역의 비싼 주택가격 △고속철도의 수송한계 등으로 고속철도가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의 조남건(趙南建) 연구위원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지방분권화가 이뤄졌다는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프랑스의 경우도 사실은 고속철도 개통 이전에 이미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많이 이전해 있었다”며 고속철도 개통이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구간별 요금 얼마나▼

고속철도(KTX)의 요금은 얼마나 될까?

고속철도 운영을 담당한 철도청은 올 10월 기본방향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운행 거리가 길수록 요금을 싸게 적용하는 ‘거리체감(遞減)제’가 도입돼 운행구간별로 새마을호 열차요금의 122∼149%, 항공에 비해서는 57∼66% 수준에서 책정됐다.

당시 책정된 요금은 경부선은 △서울∼천안 1만400원(새마을호요금 대비 1.25배) △서울∼대전 1만8800원(1.49배) △서울∼동대구 3만6500원(1.47배) △서울∼부산 4만5500원(1.35배)이었다.

호남선은 △용산∼천안 1만100원(1.22배) △용산∼서대전 1만8600원(1.49배)△용산∼익산 2만5900원(1.39배) △용산∼송정리 3만3700원(1.29배) △용산∼광주 3만4600원(1.28배) △용산∼목포 3만9000원(1.25배)이었다.

하지만 이달 1일자로 새마을호 요금이 10% 인상됨에 따라 고속철도 요금 수준도 다소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또 호남선은 서울역이 출발역으로 추가됨에 따라 전체 요금 수준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철도청은 또 고속철도의 이용자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정기 통근 통학 할인 △예매 할인 △단체할인 등과 같은 다양한 요금할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비즈니스카드 △청소년카드 △경로카드 △동반카드 등과 같은 다양한 할인카드도 발행할 계획이다.

한편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전체 노선의 열차운행횟수(편도 기준)는 현재 187회에서 243회로 대략 130%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철도청의 계획에 따르면 고속철도 경부선에는 하루 60회, 주말에는 64회가 투입된다. 주중 평일이라면 1시간에 3회 정도 운행하는 셈이다. 호남선은 하루 22∼28회로 예정돼 있다.

고속철도 할인방안
구분할인대상 및 할인율
예매할인·예약자에게 요금의 일정요율을 할인 (△2개월∼30일=20% △29∼15일=15% △14∼7일=7%)
할인카드·회원카드(비즈니스카드, 동반카드, 경로카드, 청소년카드) 보유자에게 요금의 15∼30% 할인
통근통학 정기할인·주중(월∼금) 통근 통학자에게 46% 할인
단체할인·10명 이상 단체에게 10% 할인
공공할인·경로 청소년 어린이 할인, 할인율 미정
환승할인·고속열차와 일반열차를 연결해 타는 승객에게 20% 할인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특별취재팀>

허승호(경제부차장·팀장)

황재성(경제부)

이기진(사회1부·대전)

이재명(사회2부·수원)

박원재(도쿄특파원)

박제균(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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