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사랑' 모금하는 구세군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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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구세군 대한본영 건물 앞에서 손명식 국장(오른쪽)과 임민영씨가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본격적인 구세군 활동은 4일 시종식 이후 서울 35개 지역에서 시작된다. -박영대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구세군 대한본영 건물 앞에서 손명식 국장(오른쪽)과 임민영씨가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본격적인 구세군 활동은 4일 시종식 이후 서울 35개 지역에서 시작된다. -박영대기자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첫눈, 크리스마스 트리, 군고구마, 연하장….

겨울이 다가오면 자선냄비를 닦고 놋쇠 종을 꺼내 기름칠을 하는 구세군(救世軍)도 그중 하나다. 그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

구세군은 영국의 윌리엄 부스가 1865년 창설한 기독교의 한 교파. 처음엔 ‘그리스도교 전도회’라는 이름으로 빈민가를 찾아다니며 서민층을 상대로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했다. 이후 효율적인 자선 및 사회사업을 위해 조직을 군대처럼 개편하면서 명칭이 구세군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구세군 대한본영에서 손명식 업무국장(61)과 임민영씨(25·여)를 만났다. 30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단란하게 얘기꽃을 피우는 두 사람은 역시 ‘구세군 가족’이었다.

구세군으로 거리에 나선 지 40년 이상 된 베테랑 손 국장은 “한해도 빠짐없이 이 일을 했지만 올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민의 훈훈한 정을 마주하면 그 어떤 추위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

손 국장이 소개하는 일화는 그 세월만큼이나 끊이질 않았다. 술이 취해 차비를 달라고 조르거나 시끄럽다고 화를 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수백만원을 그냥 냄비에 넣고 가는 아주머니, 1년 동안 모은 동전을 부끄러운 표정으로 쏟아 넣는 어린이….

그는 “추운데 고생한다며 자신의 가족을 위해 샀던 풀빵을 하나씩 나눠주던 노신사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경험 많은 구세군들을 보면 가끔 놀란다고 말했다. 아직 젊어서인지 가끔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는데 베테랑 구세군들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웃으면서 달래 집으로 돌려보내기 때문.

손 국장은 “젊은 구세군 중에도 대단한 이들이 많다”며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세군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구세군사관학교에서 2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비로소 구세군이 된다.

구세군들이 보여주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와 이웃을 위한 넉넉한 웃음은 철저한 자기수양을 통해 이뤄진다.

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2003년 구세군과 자선냄비 봉사단의 활동을 알리는 시종식(始鐘式)이 열린다.

서울 35개 지역에서 친근한 종소리를 울리며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통해 이웃사랑을 전하는 손길이 많다면 올 연말도 그리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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