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학생회장 비운동권 약진…103개大 중 79곳서 당선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38분


코멘트
올해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非)운동권이 약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운동을 주도해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해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경찰청 정보국은 27일 현재 전국 207개 4년제 대학에서 선거를 마친 103개 대학(49.8%) 중 비운동권 후보들이 79개(76.7%), 한총련 계열이 22개(21.4%), 좌파 계열이 2개(1.9%) 대학에서 각각 당선됐다고 밝혔다.

비운동권은 지난해 207개 대학 가운데 123곳(59.4%)에서 당선됐으며 올해는 이 수준을 17.3%포인트 웃돌 정도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총련 후보는 작년 수준(25.6%)을 밑돌고 있다. 그나마 한총련의 대안조직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구성을 주장하는 운동권 후보들이 많이 당선돼 앞으로 새로운 학생운동 조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 퇴조는 전국적 현상. 서울지역 대학에서 이날 현재 한총련 후보가 당선된 곳은 국민대와 동국대뿐이다. 한양대에서는 ‘한총련 해체’를 주장한 한총련 후보가 2000표 이상 차이로 비운동권 후보 이상현씨(26·경영학과 3년)에게 패했다.

이씨는 LG그룹 창업주 중 한 명인 구태회(具泰會) LG전선 명예회장의 외손자로 학생복지 증진, 학술·문화 교류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다.

또 학생운동의 ‘메카’인 광주·전남지역에서도 광주대와 호남대에서 비운동권 후보가 당선됐고 전남대도 1차 투표 결과 비운동권 후보가 1위를 차지해 이날 재투표에 들어갔다. 광주에서는 조선대만이 운동권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된 상태다.

대학뉴스 매체인 ‘유뉴스’(www.unews.co.kr)는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의 특징으로 비운동권의 약진과 한총련의 고전, 저조한 투표율에 의한 연장투표, ‘학생회 혁신’ ‘학생회 정체성 찾기’ 등 학내문제 공약 제시 등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운동권에 새 조직이 만들어지더라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