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소면 만들기 3代 강석만씨 가족

  • 입력 2003년 11월 16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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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맛이 덜 한 것 같아….”(할아버지)

“반죽할 때 소금물이 덜 들어갔나?”(아들)

“내가 한번 맛을 볼까요?”(손녀)

소면을 만드는 밀가루 반죽을 놓고 3대(代)가 모여 나누는 대화다

강석만씨(71·소면 기술자)와 아들 강동구씨(42·칼국수집 주방장 겸 주인), 손녀 강복영양(16·고교 1년)은 면을 만드는 일로 가업(家業)을 이어가는 한 가족.

할아버지는 53년째 소면을 만들어 온 외길 인생. 아들은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 받아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 ‘강동구 칼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면 박사’ ‘우동 박사’로 통한다. 손녀도 가업을 잇겠다며 올해 경기 광명시에 있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6·25전쟁 때 황해도에서 피난 온 할아버지는 인천 동구 배다리 인근에 있는 소면공장에 취직했다.

2년 만에 공장에서 나와 손으로 돌려 면을 뽑는 기계를 이용해 직접 소면을 만들었다.

“쌀이 귀하던 시절이라 국수는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이었어요. 수인역(옛 수인선의 인천 종점역)에 협궤열차가 도착하면 즉석에서 장터가 섰는데 국수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렸지요. 부두 근로자에서 머리에 짐을 진 아낙네까지 우동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웠어요.”

면이 쫄깃쫄깃해 국수 맛이 제대로 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강씨가 만든 소면은 학교 구내식당, 예식장 등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요즘도 인천 남구 숭의동 자택에서 40년이 넘은 구식기계를 이용해 하루 한 포대(20kg) 이상의 면을 뽑고 있다. 이 면은 서울 부산 등의 음식점과 교회 등으로 팔린다.

아들 동구씨는 소면을 보다 체계화시켜 다양하고 토속적인 우동과 칼국수를 선보이고 있다.

20대 초반 제분회사에 입사, 5년간 밀가루를 만진 경험이 있다. 그 뒤 회사에서 나와 아버지처럼 맛있는 면을 만들어 보겠다며 하루 10여 시간씩 밀가루와 시름했다.

뽕잎 백년초 녹차 메밀 당근 고추 다시마 마 장미 아카시아 등의 가루를 밀가루와 반죽해 형형색색의 면을 만들고 있다.

“밀가루에 뽕잎 등 다른 재료를 넣는 것은 이물질을 넣는 것입니다. 이물질을 넣으면 밀가루의 특성인 끈기가 없어져 반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숱한 날들을 밀가루와 씨름했어요.”

이런 노력 덕분으로 ‘무지개 열차 면 및 제조 방법’ ‘막걸리 뽕잎 우동’ ‘포도 우동’ 등 3가지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 이 중 무지개 열차 면은 한 가닥에 7가지 색깔이 들어간 면이다.

최근 50개 업소가 참가한 ‘제 3회 시흥시 특색음식 맛 자랑 대회’에서 동구씨는 무지개 칼국수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기능, 특색, 기호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손녀 복영양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맛있는 우동을 만들고 싶은 것이 작은 꿈이다.

복영 양은 “지금은 이탈리아 음식에 관심이 많다”며 “하지만 아빠와 할아버지가 만든 면을 사용해 고추장, 간장 등 우리의 양념을 넣은 퓨전스타일의 스파게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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