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財界자백 옥죄기…수사협조 미진에 出禁확대 강공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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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의혹에 연루된 기업에 대한 수사가 대기업 총수를 겨냥하는 등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비협조로 삼성 LG SK 현대차 롯데 등 5대 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이 정치권에 제공한 비자금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데 따른 압박 조치로 보인다. 검찰 내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대선자금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도 16일 “12월 말이면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수사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정치자금 자백시 선처’라는 당근과 함께 ‘수사 비협조시 기업 비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라는 단계별 수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 2개 기업 이외의 대다수 기업들은 “이라크전쟁 당시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데도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듯이 기업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없는데도 검찰이 관련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니 매우 곤란하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동안 각종 내사 자료와 관련자 조사를 통해 10대 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했으며 이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에 대한 단서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비상장계열사 등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비자금의 규모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본무(具本茂) LG 회장과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강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부 기업의 비자금 조성 단서가 포착됐지만 대선자금으로 제공한 비자금의 전모 등을 밝히는 데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대선 당시 제공된 자금의 규모가 적지 않은 데다 불법 비자금 조성을 입증하기 위한 회계자료 분석, 계좌 추적 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수사팀의 설명이다.

기업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위기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의 부담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검찰은 수사를 가급적 빨리 진행한다는 목표 아래 단서가 포착된 기업들의 재무담당 중간간부들을 우선적으로 소환해 기초자료를 제출받았으며 LG 등 일부 기업의 핵심 간부들은 한 차례 이상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인회계사 출신의 신호철(申昊澈) 검사 등 3명의 검사를 추가로 수사팀에 투입한 것도 광범위한 기업 회계 자료 분석을 통해 비자금의 꼬리를 찾아내고 수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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