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오빠가 사실상 아버지 역할을 했고, 당시 자신이 어렸기 때문에 오빠의 분신 이후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전씨.
그러나 전씨는 그런 역경을 딛고 2001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봉제의류 영세사업장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참여성노동복지터’를 세우고 영국인 남편 크리스 조엘(60)과 함께 어린이 공부방을 여는 등 오빠가 갔던 길을 걷고 있다.
전씨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은 당사자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씨는 손해배상과 가압류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씨는 우리 노사문화의 근본 문제는 ‘불신’이라며 신뢰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가진 쪽에서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고, 경영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노동해방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일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이게요. 노동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꼭 필요합니다. 요즘 검찰이 기업 비자금을 수사하던데, 기업 경영이 투명하게 바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전씨는 9일 있었던 민주노총의 과격시위에 대해서는 말을 몹시 아꼈다.
“폭력시위는 옳지 않습니다. 악수(惡手)였죠. 이제 한쪽이 강경 대응을 원칙으로 정해놓고 벌주고 잡아넣는 것으로 다른 편을 제압하려는데…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군요.”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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