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정치권 회오리]"후보 단일화뒤 후원금 몰려"

  • 입력 2003년 10월 8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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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SK비자금 수사를 계기로 지난해 대선자금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공식적인 수입 및 지출 명세 외에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비공식 후원금’이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대선자금을 총괄했던 이상수(李相洙) 의원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초래된 혼선과 의혹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이 3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대선 당시 대기업 후원금은 34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굿모닝시티 자금 수수 문제로 곤경에 처한 정대철(鄭大哲) 전 대표가 7월 10일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200억원가량”이라고 하자 펄쩍 뛰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돼지저금통을 포함해 후원금 규모는 140억∼150억원이고 대기업 모금액은 70억원”이라고 수정했다. 대기업 모금액이 당초 34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어 이 의원은 7월 23일 “돼지저금통, 온라인성금 등 일반국민 후원금 50억7000여만원, 대기업을 포함한 법인 및 개인 후원금 98억5200만원 등 149억여원을 모금했으나 모금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후원금은 145억여원”이라고 최종 발표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으나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기업이 낸 후원금 규모가 불분명하고,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다른 후원금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는 한나라당에 후원금이 몰렸으나, 후보단일화 직후부터는 민주당에 상당한 규모의 기업 후원금이 몰렸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단일화 직후 어느 기업인은 ‘왜 우리 돈은 받지 않느냐’고 항의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도 “잘 아는 모 기업의 임원을 만났더니 지난해 대선 때 양당에 공식 후원금 외에 비공식 후원금을 따로 전해준 적이 있다고 하더라”며 “막판에 후원금이 몰렸고, 쓸 시간은 없었다.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가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수입 915억1700만원(국고보조금 531억1100여만원 포함)에 대선비용으로 226억300여만원을 썼다고 신고한 한나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시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개인 후원회 조직인 ‘부국팀’ 차원에서 별도 관리한 대선자금과 이 후보와 가까운 일부 중진들을 통한 자금 조달상황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지난해 대선 전에 비공식적으로 지원된 자금의 액수와 출처는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 외에는 알 수 없고, 만약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2002년 수입및 대선비용지출
구 분한나라당민주당
수입전년도 이월69억8100여만원11억9900여만원
당 비53억8000여만원43억7500여만원
기탁금43만여원40만원
후원회 기부금184억5000만원400억원
보조금(중앙당)531억1100여만원494억2800여만원
차입금74억원20억원
기관지발행사업수입1000만원297만원
지원금0108억6200여만원
기타수입1억8300여만원4억6700여만원
합계915억1700여만원1083억3600여만원
16대 대선비용 지출226억300여만원266억5100여만원
수입은 각 정당이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내용. 16대 대선비용 지출은 중앙선관위가 3월 각 정당이 보고한 내용을 실사한 결과.
민주당 이상수 전 사무총장(현 통합신당 소속)은 7월 노무현 후보 선대위가 출범(2002년 9월 30일)한 뒤 총수입은 402억여원. 총지출은 361억여원(정당활동비 81억여원 포함)이라고 밝혔음.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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