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대청도砂丘 사라진다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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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관광명소인 사구(砂丘·모래언덕)가 사라지고 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사구와 함께 명성을 날렸던 대청도 사구가 10년 전부터 옹진군이 추진해 온 사방(砂防)사업으로 모래가 뭍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사구는 대청도 북쪽에 위치한 옥죽포 해안에서 두리, 장수리 해안까지 1km 정도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해변의 바닷모래가 해풍(海風)에 날려 퇴적된 사구는 작은 사막 같은 모습이어서 해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를 보기 위해 대청도를 찾고 있다.

그러나 옹진군은 모래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1980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10여년간 소나무 2000여 그루를 해안가에 심었다. 그 효과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것.

현재 사구에는 더 이상 모래가 쌓이지 않으면서 그 모양이 바뀌고 있다. 바닷가에 촘촘히 심어놓는 소나무가 차단막 역할을 하면서 사구에 모래가 공급되지 않는 것. 이 때문에 현재 사구에는 작은 나무와 잡풀들이 자라고 있다.

사구에 쌓인 모래가 바람에 날리면서 조금씩 없어져 10여년 안에 사구의 형태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방사업은 해변의 모래가 바람을 타고 인근 대청1, 3리 동네로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취로사업 등의 방법으로 추진된 이 섬의 숙원 사업. 불과 3년 전만 해도 대청1, 3리 주민들은 밤새 마당에 쌓인 모래를 퍼내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밤사이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기라도 하면 무릎까지 모래가 쌓였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대청도 주민 허여순씨(50·대청3리 부녀회장)는 “싸리비 등을 준비해 놓고 아침마다 모래 치웠다”며 “빨랫감을 널지도 못했고 식사를 하면서 모래를 씹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청도 사구는 1997년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막판에 취소됐다.

사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관광명소가 사라진다고 서운해 하는 사람도 있고 숙원이 해결된다고 반기는 사람도 있다. 옹진군 대청면사무소 관계자는 “관광명소가 사라지는 서운함도 있지만 주민의 민원 해소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사방사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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