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신음하는 남해안 수산·양식업계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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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에 이어 적조까지 겹쳐 남해안의 수산 및 양식업계가 실의에 빠졌다.

예년 같으면 태풍이 지나간 뒤 사라졌던 적조가 올해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려 시름에 빠진 어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남해안에서 적조가 가장 심한 곳은 경남 남해군 서면∼남면∼상주∼미조∼삼동∼장포 연안과 통영시 산양∼사량, 욕지, 한산 해역, 고성군 하이면 연안, 부산 영도구∼기장 연안 등이다.

이들 해역은 태풍 ‘매미’으로 쑥대밭이 된 데다 검붉은 적조가 사라지지 않아 황폐한 죽음의 바다가 돼 가고 있다.

경남 통영의 중화어촌계 정모씨(76)는 “태풍으로 양식장을 몽땅 잃고 얼마되지 않은 고기라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적조 때문에 이마저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며 “이젠 바다가 싫어졌다”고 하소연 했다.

중화리 일대 연안에는 사방에 흩어진 양식장 시설물과 연안으로 밀려든 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중화어촌계측은 “어촌계 소유인 5ha에 이르는 양식장 80% 이상이 파손됐다”며 “그물이 찢어지는 바람에 물고기는 대부분 유실됐고 남은 고기도 지느러미가 손상된 데다 아직 적조도 사라지지 않아 폐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어촌계 등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통영연안의 가두리 양식장 80% 이상이 파손됐고 양식장에 있던 1억1000여마리의 고기 가운데 절반이상이 유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굴과 멍게양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통영연안의 어장 50% 이상이 파손된 것으로 업계는 잠정 집계하고 있다.

통영시를 비롯해 거제, 고성, 남해, 부산 기장 등의 각 시 군은 태풍 피해접수와 함께 현장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피해가 워낙 광범위한데다 적조피해까지 겹쳐 정확한 집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이들 연안에서 적조로 인해 폐사한 양식어류는 100여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산 기장을 비롯해 경남 남해∼통영∼거제에 이르는 해역에 현재 적조경보가 발령돼 있다”며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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