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국가공단의 허술한 안전 인프라

  • 입력 2003년 9월 1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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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항만과 국가공단 등 주요시설이 태풍 ‘매미’에 맥없이 무너졌다.

구청과 경찰 공무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대규모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국가 기간 산업시설이 엄청난 타격을 입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느 공단지역보다 기반시설이 탄탄하고 안전해야 할 국가공단인 녹산공단의 경우 해안 매립지에 조성됐지만 해일에 대비한 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아 처참하게 파괴됐다.

녹산공단의 해안 쪽에 있는 공장들은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바다와 붙어 있어 공장과 해안은 직선거리로 30m 정도에 불과하며 1.5m 남짓한 콘크리트 펜스가 하나 있을 뿐이다.

대형 태풍이 올 경우 바닷물의 범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당시 평당 분양가가 국내 최고 수준인 60만원에 이르렀지만 공단을 설계한 한국토지개발공사는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5억원의 피해를 본 C사 대표 김모씨는 “분양가가 비싸도 인프라가 다른공단에 비해 더 좋을 것이라고 믿고 입주한 국가공단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녹산공단 바로 옆 매립지에는 명지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상황은 공단과 마찬가지여서 경남 마산과 같은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풍에 대비한 안전시설을 보강한 뒤 분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컨테이너크레인이 부서져 항만기능의 15%가 손실된 부산항도 마찬가지다.

11대의 컨테이너크레인이 있는 신선대부두는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 태풍에 대비해 크레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와이어로 3중으로 묶는 등 완벽한 준비를 했다.

피해를 당한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는 나름대로 크레인을 고정하기는 했지만 순간 최대 풍속 50m의 강풍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재난상황에 대비한 해양수산청 등 관련 기관의 지침이 거의 없었던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항만 관련 시설은 관련 업자가 알아서 대비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태풍 피해는 부산지역이 재난에 대비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종합적인 재난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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