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바늘구멍' 이공계 취업현장] 순수과학 더 심각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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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특히 순수학문인 자연대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취업이 잘 된다는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해도 이공계 출신들은 전공과 관련 있는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 취재팀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5개 대학 컴퓨터공학과(학부제인 대학은 컴퓨터공학부)와 물리학과 올해 2월 졸업자 810명 전원의 ‘전공 취업률’을 조사했다. 전공 취업률이란 전체 졸업생 중 이공계 계통 직장에 취업한 졸업생의 비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벤처기업과 특허 관련 기업도 모두 이공계 직장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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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졸업도 소용없어"

조사 결과 5개 대학 10개 학과 졸업생 810명 가운데 이공계 직장을 잡은 졸업생은 351명으로 전공 취업률이 43.33%로 나타났다.

인기학과인 컴퓨터공학과도 졸업생 638명 가운데 323명(50.63%)이 이공계 직장에 취업해 전공 취업자가 절반을 겨우 넘겼다. 물리학과는 172명 졸업생 중 고작 28명(16.28%)만이 관련 직장을 구해 ‘전멸’에 가까운 낮은 취업률을 보였다.

또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전공과 관계없는 인문계열 직장의 문도 굳게 닫혀 있어 취업난이 더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공 관련 직장에 취업한 졸업생 수는 고작 26명으로 전체 졸업생 대비 3.2%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들 중 학원강사 등이 상당수를 차지해 실제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졸업생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문대로 불리는 이들 5개 대의 대표적인 이공계 학과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해 ‘백수’로 지내는 ‘순수 실업자’도 108명으로 13.33%에 달했다.

또 졸업생 중 상당수가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공학과 졸업생 중 유학 혹은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정한 이들은 184명(28.84%)이었으며 물리학과는 절반이 넘는 96명(55.81%)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직장을 얻지 못해 공부를 계속하는 ‘비자발적 진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팀이 유학 혹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졸업생 25명에게 전화로 확인한 결과 이들 중 과반수인 13명이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고려대 취업지원팀 신정(辛政) 팀장은 “이공계 졸업생 중 많은 이들이 적이라도 걸어두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 유학을 준비한다”며 “취업 관련 기관에서 발표하는 ‘순수 취업률’은 이런 ‘비자발적 진학생’을 빼고 계산하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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