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누구 위한 경제자유구역인가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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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천이야.”

저녁뉴스를 보던 가족이 하는 탄식이다.

30대 주부가 고층아파트에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세 자녀를 떨어뜨리고 투신한 사건, 아들의 카드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어머니….

인천의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는 5만5570여명(2만7800가구)이다. 이들처럼 매월 생계급여를 받지는 않지만 세 자녀를 떨어뜨리고 투신한 주부 같은 빈곤층도 2190명(832가구, 2002년 기준)이나 된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가져올 장미 빛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시가 외치고 있는 ‘동북아 중심도시’의 실상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은 편이다.

“중국에 공장 부지를 물색한 뒤 3년 안에 생산라인을 옮길 생각이에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기업은 2년간 각종 세금이 면제된다면서요. 이런 차별이 어디 있어요.”

높은 세금, 고임금, 인력난 등 기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심했다는 남동공단의 한 제조업체 사장의 푸념이다.

인천시는 7년 전 경제자유구역을 근간으로 하는 동북아 중심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민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송도신도시에 짓는 90평형대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700만원대에 이르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의 돈 있는 사람을 위한 아파트’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와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인천 시민을 치열한 경쟁의 무대로 끌어낸 만큼 주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보다, 그리고 거창한 발전전략에 매달리기보다 시의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책은 지금부터라도 시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부초처럼 떠도는 시민이 인천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작은 힘이 될 것이다.

인하대 김민배 교수 mb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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