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계기로 미국 측이 1996년말 폐쇄된 광주 ‘아메리칸센터’ 수준의 시설을 재개설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일부 운동권 단체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의 개설 요청=광주시 관계자는 25일 “주한 미대사관 지역총괄담당관인 캐롤린 비 글래스만씨가 19일 박광태(朴光泰) 시장을 방문, 아메리칸 코너의 설치를 요청했다”면서 “시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칸 코너는 한미 우호증진과 미국 관련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코너는 미국 측이 제공하는 미국 관련 서적과 DVD 등 디지털자료를 갖추고 시민들이 자료를 열람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 시설은 최근 지역민들의 정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구 등 지방도시에 관련 시설을 신설하는 계획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미국 문화원 직원을 파견하거나 문화원으로 격상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권’의 민감한 반응=미국과 광주시는 이 코너를 순수한 정보교류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반미기조’를 띤 일부 운동권 학생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남총련)의 한 관계자는 “광주 미문화원이 폐쇄된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미국 측이 이름을 바꿔 문화시설을 다시 개설하려는 것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총련’은 1993년 11월 ‘광주 아메리칸센터’를 목표로 대규모 화염병 시위를 벌여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광주 미국 문화원의 역사=1947년 ‘광주 미국공보원’이 세워졌으며 1970년대 ‘광주 미국문화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문화원은 광주 시민들의 미국 관련 도서나 자료 열람실 기능을 했으며 미국의 현지 홍보 및 대외접촉 창구였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일부 운동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미정서’가 높아지면서 미문화원은 방화 기습점거 화염병피습 폭파위협 등 9차례의 공격을 받다 1989년 5월 폐쇄됐다.
미국은 1년여만인 1990년 6월 남구 양림동 광주시 여성회관 2층에 ‘광주 아메리칸센터’를 개설했으나 운동권 학생들의 기습 시위 표적이 됐으며 1996년 12월 이를 폐쇄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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