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市 '아메리칸 코너' 추진

  • 입력 2003년 8월 25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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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최근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시립도서관 안에 미국과 관련한 자료 열람시설인 ‘아메리칸 코너’(가칭)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측이 1996년말 폐쇄된 광주 ‘아메리칸센터’ 수준의 시설을 재개설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일부 운동권 단체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의 개설 요청=광주시 관계자는 25일 “주한 미대사관 지역총괄담당관인 캐롤린 비 글래스만씨가 19일 박광태(朴光泰) 시장을 방문, 아메리칸 코너의 설치를 요청했다”면서 “시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칸 코너는 한미 우호증진과 미국 관련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코너는 미국 측이 제공하는 미국 관련 서적과 DVD 등 디지털자료를 갖추고 시민들이 자료를 열람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 시설은 최근 지역민들의 정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구 등 지방도시에 관련 시설을 신설하는 계획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미국 문화원 직원을 파견하거나 문화원으로 격상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권’의 민감한 반응=미국과 광주시는 이 코너를 순수한 정보교류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반미기조’를 띤 일부 운동권 학생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남총련)의 한 관계자는 “광주 미문화원이 폐쇄된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미국 측이 이름을 바꿔 문화시설을 다시 개설하려는 것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총련’은 1993년 11월 ‘광주 아메리칸센터’를 목표로 대규모 화염병 시위를 벌여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광주 미국 문화원의 역사=1947년 ‘광주 미국공보원’이 세워졌으며 1970년대 ‘광주 미국문화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문화원은 광주 시민들의 미국 관련 도서나 자료 열람실 기능을 했으며 미국의 현지 홍보 및 대외접촉 창구였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일부 운동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미정서’가 높아지면서 미문화원은 방화 기습점거 화염병피습 폭파위협 등 9차례의 공격을 받다 1989년 5월 폐쇄됐다.

미국은 1년여만인 1990년 6월 남구 양림동 광주시 여성회관 2층에 ‘광주 아메리칸센터’를 개설했으나 운동권 학생들의 기습 시위 표적이 됐으며 1996년 12월 이를 폐쇄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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