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행]물장구 치고… 가재 잡고… “농촌체험 신나요”

  • 입력 2003년 7월 2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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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은 공부 부담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면서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농촌체험 프그로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여름방학은 공부 부담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면서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농촌체험 프그로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초등교 자체 운영 '방학 프로그램' 인기

“신나는 여름방학에 호연지기(浩然之氣)도 기르세요.”

도시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공부 때문에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자연을 즐기고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학부모들도 공부만 하라고 잔소리를 하기보다 아이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어떨까.

전문기관들이 운영하는 특기적성 프로그램도 있지만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자연체험학습, 영어캠프, 스포츠 교실, 컴퓨터 교실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외부기관에 비해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체력을 기르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게 된다.

산들바람이 부는 원두막에서 수박과 참외도 먹어보고 멍석에 누워 캄캄한 밤하늘에서 사자, 백조, 전갈, 페가수스, 카시오페이아, 북두칠성 등 과학시간에 배운 별자리도 찾아보자.

▽자연체험 인기=서울 한산초등학교 학생 40여명은 21일 전북 부안군 상서면으로 농촌 체험을 떠났다.

‘도농(都農)교류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자매결연한 상서초등학교 학생 집에서 한 집당 1명씩 2박3일간 머물면서 텃밭 가꾸기, 갯벌 체험, 염전 견학 등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농교류 체험학습에 참가한 6학년 김유신군(12)은 “지난해 처음 채소밭에 직접 무씨도 뿌려보고 상추도 뽑는 등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너무 재미있고 신이 나서 올해도 또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산초등학교 조규영(曺奎榮) 교장은 “도시 학생들이 흙을 만져보며 자연을 체험하고, 농촌 학생들을 서울로 초청해 도시 경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도시와 농촌 어린이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어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서울 계상초등학교도 충남 당진군 석문면으로 21일 농어촌 체험활동을 떠났고 서울 세곡초등학교는 8월 11일부터 3박4일간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등으로 농촌 체험 방문에 나선다.

서울 송파초등학교는 8월 12일 천연재료로 염색을 하고 길가의 야생화를 관찰하며 개떡을 손수 빚어보는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특기교육도 풍성=학기 중에 바빠서 접하기 어려웠던 책을 읽어 교양도 쌓아보자. 서울 동원, 면남, 북한산초등학교 등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도서실을 개방해 마음대로 책을 빌려갈 수 있도록 ‘독서 교실’을 연다.

영어교육 열풍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영어캠프를 개설하는 학교가 많은 것도 특징 중의 하나다. 서울 광남초등학교는 8월 11일부터 2주간 원어민 강사와 영어 전공 교사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영어체험캠프를 연다. 참가자의 영어실력에 따라 반을 편성하며 매일 오전 8시반부터 오후 7시반까지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캠프가 끝날 무렵 학생들은 인천국제공항이나 영어로 예배를 보는 교회 등을 방문해 외국인들과 직접 영어회화를 시도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 은석초등학교도 8월 4일부터 3주간 영어캠프를 운영하며 언주초등학교도 7월 2일부터 두 달간 일정으로 영어 특기적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자와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학교도 눈에 띈다. 서울 독산초등학교는 21일부터 8월 8일까지 한문예절교실을 연다.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이 학교 김보현(金普鉉) 교감은 “사자성어를 통해 효(孝)의 중요성과 애국심, 어른 공경의 의미를 함께 일깨우고 예절교육을 하면 전인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원명초등학교는 민요교실을 열어 민요 부르기와 장구 치기 수업을 실시한다. 또 서울 전동초등학교는 8월 1일부터 1박2일간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소원초등학교 의항분교 운동장과 해변에서 가족들이 함께 야영하고 대화의 시간을 갖는 가족사랑 캠프를 개최한다.

▽체력 튼튼해야 공부도 잘 한다=서울 종암초등학교는 8월 4일부터 4일간 강원 삼척시 실내체육관에서 핸드볼 캠프를 연다. 전 국가대표 선수가 지도하며 미니핸드볼대회도 가질 예정이다. 서울 삼광초등학교는 농구교실을, 서빙고초등학교는 테니스교실을, 광희초등학교는 탁구교실을 연다.

서울 대동초등학교는 아람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병영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가 학생들은 28일부터 2박3일간 특수전사령부를 방문해 지상 공수훈련을 받고 특공무술도 배운다.

서울시교육청 최재광 장학사는 “중고교에 진학하면 자연활동이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부모들은 방학 때만이라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농촌 체험 참가해보니

“텃밭에서 직접 따온 상추와 함께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었어요.”

지난해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실시한 도농(都農) 교류체험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서울 한산초등학교 6학년 권다영양(12·사진)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한산초등학교는 1999년 전북 부안군 상서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뒤 여름방학 때마다 지원자 40여명을 뽑아 상서초등학교를 방문, 농사 체험을 해 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난생 처음 텃밭에서 상추도 뽑고 무씨도 심어봤는데 너무 신기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파도타기를 하고 소라도 봤어요.”

권양은 “시골 친구들은 놀 때도 항상 먼저 해보라고 하는 등 도시 친구들보다 순박하고 이해심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양은 상서초등학교의 같은 학년이었던 유선영양(12)의 집에서 머물렀다. 밤이 되면 모기떼에 시달리고 마당 구석에 있는 화장실에 갈 때는 귀신이 나올까봐 무서워 덜덜 떨기도 했지만 선영이 어머니의 다정한 보살핌 덕분에 집 생각할 겨를도 없이 2박3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지막 날 상서초등학교 친구들이 보여준 사물놀이 공연도 잊지 못할 기억 중 하나. 권양은 “우리를 위해 장구와 꽹과리 등을 치며 멋진 공연을 선사했는데 너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에 반해 우리 학교 친구들은 답례로 노래를 부르다 실수를 연발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날 선영이 어머니는 직접 기른 채소와 나물을 한 아름 안겨줘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권양은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손을 잡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며 “지금까지 보낸 여름방학 중 가장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 초등학교 특별활동 프로그램
학교특색교육활동 기간 장소
계상초등농어촌 체험활동 7.21∼23 충남 당진군 대호농어민교육복지센터
등원초등농촌체험학습 7. 21 경기 이천시 대월면 자채 방아마을
세곡초등도농 교류 교환 방문 8.11∼14 전북 부안군, 고창군
이태원초등시골학교 이용 자연학습 8.19∼20 충남 금산군 부리면 부동야영지
명지초등도농교환 체험 학습 7.23∼24 경기 양평군 용문읍 청운초등학교
한산초등도농교류 체험 학습 7.21∼23 전북 부안군 상서면 상서초등학교
송파초등천연염색 들꽃기행 교실 8.12 경기 의왕시 청계 천연 염색 학습장
전동초등전동가족사랑의 대화 캠프 8.1∼2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소원초등학교 의항분교
광남초등광남영어체험캠프 8.11∼23 본교
은석초등은석 외국인과 함께하는 영어캠프 8.4∼22 본교
언주초등특기적성 영어교육 7.2∼9.1 본교
독산초등한문 예절 교실 7.21∼8.8 본교
동원초등여름방학 독서교실 7.21∼8.8 본교 도서실
원명초등민요 장구 교실 7.21∼8.21( 월, 목요일) 본교
대동초등아람단 병영 체험 7.28∼30 특수전사령부 지정부대
개봉초등양궁 7.21∼8.21 본교 양궁장
종암초등꿈나무 핸드볼 캠프 8.4∼7 강원 삼척 실내체육관
천동초등체조 7.21∼23 본교 체조실
혜화초등태권도 7.21∼8.23 본교 체육관
자료:서울시교육청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캠프 참가시 주의사항

캠프는 학생들의 자립심과 협동심을 길러주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 해마다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캠프활동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캠프장 시설의 안전성을 고려하는 한편 주관 기관이 경험이 풍부하고 믿을 만한 단체인지를 살펴야 한다.

교사의 자질과 학생 수도 고려해야 하는데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0명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캠프를 결정할 때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캠프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 봐야 한다.

또 프로그램과 아이의 심리,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캠프에 보낼 경우 아이가 캠프생활을 거부하기도 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

캠프활동 기간에 지도교사의 지시에 잘 따르고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키는 한편 서로 도우며 단체생활을 하도록 당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알레르기성 체질이거나 병을 앓은 경험이 있을 경우 인솔교사에게 자녀의 체질과 병력사항을 비롯해 캠프활동 기간에 복용할 약물 등에 대해 미리 알려야 한다. 모기약과 감기약 설사약 등 응급약품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개인소지품에 이름표를 붙여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조금 걱정되더라도 휴대전화는 가급적 가져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아이가 조금만 힘이 들어도 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등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독립심을 기르는 데도 방해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급하게 아이에게 연락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인솔교사나 주관 단체의 비상연락처를 확보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캠프에서 돌아온 후에는 캠프활동과 느낌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도 캠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방법 중 하나다. 보고서를 잘 만들면 훌륭한 여름방학 과제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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