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빚투자' 실태]집 담보 3억대출… 주식에 1억날려

입력 2003-06-08 18:32수정 2009-09-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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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필요한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은 빚을 내는 사람들은 빚을 ‘부자 아빠로 가는 엘리베이터’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 로또복권 열풍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대박 터뜨리기’를 부추기는 듯한 정부의 정책 등도 중산층 화이트칼라들을 빚쟁이로 몰아가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부자아빠로 가는 지름길?=월급 320만원인 회사원 하모씨(32)는 80만원을 이자로 은행에 낸다. 하씨는 지난해 5월 강북의 25평형 아파트를 2억2000만원에 구입하면서 1억2000만원을 담보대출받았다. 회사에서 빌린 2000만원에 대한 이자까지 합쳐 월 소득의 4분의 1 정도를 은행에 이자로 내고 있는 상태. 아파트 구입을 위해 빌린 돈에 대한 이자가 하씨의 생활을 빠듯하게 하지만 따져보면 이익을 남긴 셈이다. 지난주 매물로 나온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 아파트가 2억5000만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이사인 이모씨(38)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한 1억원이 재테크의 종자돈이다. 4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고, 6000만원은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저평가된 주식을 산 뒤 단타 매매를 주로 하는 이씨는 평균 월 30만원 정도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벤처기업에서도 월 1푼 수준인 60만원의 수익이 나오고 있어 한 달 내는 이자 비용 70만원을 내고도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일말의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원을 경영하는 B씨(40)는 1년 전 80%까지 부동산 담보대출이 허용됐을 때 3억원을 대출받아 ‘인생 역전’을 꿈꿨으나 실패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시 ‘빚’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해 부인에게 “부동산으로 몰렸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동의를 구한 뒤 매달 200만원을 이자로 내며 빌린 종자돈으로 주식에 투자했으나 1년 만에 7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대출 이자로만 2300만원을 납부했다. B씨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추가대출을 통해 일단 손실을 갚았고, 주식 값이 뛰는 연말의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반면 은행의 적금 신규 가입 계좌수는 늘어만 가는 ‘가계 빚’에 반비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심리적 요인도 한몫=‘부자가 되어 여유와 안정 속에 살고 싶어요’ ‘금융권의 도움만으로 재산을 불리는 것은 너무 답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것 같아 가입하게 됐습니다’….

재테크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맞벌이로 10년에 10억원 모으기’ 회원들이 남긴 글들이다.

6만5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는 이 커뮤니티 회원들이 쓴 글에는 ‘마이너스 인생 탈출’이라는 절박한 이유 외에도 ‘하루라도 빨리 중산층 이상으로 편입되기 위해’ 혹은 ‘중산층에서 탈락할까봐’ 재테크에 나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빚을 무서워하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개인은 능력 이상으로 빚을 지고 있으며, 정부 역시 돈을 푸는 데만 열중하다 보니 여유가 많지 않은 평범한 중산층까지 투기판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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