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관광 경주' 두번 갈곳 못된다?

  • 입력 2003년 5월 29일 2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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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철을 맞아 요즘 경북 경주시에는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고, 신라 천년 고도(古都)를 보려는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경주의 유적지 주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관광인프라도 부족해 ‘두 번 찾을 곳은 못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주가 명실상부 신라 천년 고도의 세계적 관광지로 뿌리내리려면 유적지뿐 아니라 경주시민의 생활까지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8일 오후 3시 국립경주박물관. 수학여행단을 태운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가득했다. 박물관 안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학생들로 어수선했다.

박물관 안에 걸려있는 에멜레종은 사진찍기용 전시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학생들은 유적의 의미 등을 알기보다는 빨리 단체사진을 찍고 다른 곳으로 가기 바쁘다. 이런 수박겉핥기식 관광을 ‘의미있는’ 관광으로 바꿔야하는 것은 박물관의 몫인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경주시내 신라 유적지의 중심인 계림. 대릉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주차요원이 달려와 ‘무조건 2000원’이라며 손을 내민다. 대형 고분이 몰려있는 대릉원 안의 천마총 부근 고분에 올라가 사진찍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릉원 입구에서부터 천마총까지 곳곳에 잡동사니를 파는 리어카가 진을 치고 있다. 경주를 상징하는 기념품은 거의 없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열쇠고리와 조잡한 탈 같은 물건 뿐이다.

첨성대에 이르면 고도(古都)라는 말이 무색하다. 첨성대 앞 잔디광장에는 공연을 위해 설치한 가설무대가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바로 옆에는 계림 일대를 왕복하는 마차를 천으로 덮어두고 있다. 광주시에서 왔다는 신혼부부 정모씨(31)는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 온 뒤 오랜만에 다시 경주에 왔는데 가는 곳마다 돈을 내야하고 불친절해 마음 속에 담아둔 고도의 이미지와는 영 다르다”고 불평했다.

경주시의 통계에 따르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98년 900만명에서 99년에는 650만명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680만명 선에 그쳤다. 그러나 관광학계는 연간 500만명 정도가 경주를 찾는 것으로 추정한다. 관광객 통계가 쉽지 않지만 경주시는 불국사 주차장의 차량승객에다 25%를 더하는 어림짐작으로 관광객을 추정하고 있다.

관광객 가운데 외국인은 연간 50만명 선. 이마저 체류기간이 짧고 돈을 쓰지 않아 ‘스쳐가는’ 관광에 머물고 있다. 경주보문단지에 있는 외국인 전용 면세점 3곳 가운데 2곳은 외환위기 이후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한 곳도 이달들어 폐쇄됐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가운데 두 번 오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경주대 관광개발학과 정원일(丁源一) 교수는 “‘경주는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이므로 어떻게 되든 올 사람은 온다’ 식의 배타적인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번 찾았던 사람이 두 번 세 번 경주에 올 수 있도록 관광 마인드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주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화유산 해설기능 강화 △유적지 주변 환경의 정화 보존 △경주시민 생활상의 관광자원화 △전통을 살린 관광상품 판매 △문화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시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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