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고 미술 영재교육 50년…세종문화회관서 동문美展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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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고 미술과에서 한 여학생이 그림을 마무리하고 있다.-사진제공 서울예고
서울예고 미술과에서 한 여학생이 그림을 마무리하고 있다.-사진제공 서울예고
4“선생님 안녕하셨어요? 하나도 안 늙으셨어요. 저는 뭐 집에서 애들 키우느라 작업은 엄두도 못 내지요, 뭐.”

“그래도 짬나면 붓을 좀 잡아 보라고.”

21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사제지간의 정으로 훈훈했다. 50년 동안 대한민국 예술인의 산실 역할을 해 온 서울예고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미술과 동문전(27일까지)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강병훈 이화예술학원 이사장, 백문기 예술원 회원, 정우현 신경욱 김정규 전 서울예고 교장 등 5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서울예고는 1953년 3월 ‘이화예술고등학교’로 출범했다가 이듬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던 신봉조 초대 서울예고 교장이 임원식 교감(제2대 교장)과 뜻을 모아 피란시절 부산에서 학교를 세웠다. 현재 전국적으로 25개의 예고가 있지만, 전쟁의 와중에 예술인들의 조기 영재 교육을 실시한 최초의 예술학교로 꼽힌다. 53년 4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미술과는 그해 가을 1학년 문미애가 국전에 입선했고 56년 3학년 현경자 등 6명이 국전에 입선하면서 미술 영재교육의 산실로 주목을 받았다.

미술과를 졸업한 동문(48회)은 현재 4000여명이고 활동중인 작가는 모두 700여명. 대학교수는 44명,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문도 100여명으로 추산된다. 동양화의 경우 노숙자, 이양원(이상 7회), 오용길(10회), 김호득(14회), 강남미(16회), 이인애(26회)씨, 서양화의 경우 김지열, 문미애(이상 1회), 이봉렬(2회), 최광선(3회), 김경인(5회), 이두식(10회), 유인수(11회), 김혜원(6회), 이상갑(11회), 문인수씨(19회) 등이 배출됐다.

화가 김흥수씨는 초대 미술과장으로 실기 교육을 맡았고 이후 김병기 장운상 백태호 정창섭 백문기 김창렬 조용익 김서봉 정상화 박병욱 전준 하동철 이만익 이종상 이기봉 문범 등이 학생들을 가르쳤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고를 처음 방문하면 교정 곳곳에 전시된 학생들의 미술작품들이 눈에 띈다. 동양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 등 4개의 전공으로 구성된 미술과의 가장 큰 행사는 5월 미전과 전공별 과제전. 전시를 준비할 때는 학생들이 밤을 새워가며 작업에 몰두한다. 형진식 교장은 “실기수업뿐 아니라 전시회를 관람하고 후기를 쓰거나 해외 연수를 다녀와 미술기행문을 쓰는 등 통찰력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두식(홍익대 미대학장) 동창회장은 “전쟁통에 시작해 50여년을 끌어온 예고 역사는 그 자체가 저력의 역사”라면서 “재능있는 예술가들의 영재교육 현장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동문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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