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치매노인 치료…국가 시스템 부재

  • 입력 2003년 5월 22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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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부양과 수발은 주로 가족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사회복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가족 중에서 특히 ‘며느리’의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대 노인치매선도연구센터는 23일 경산시 경상병원에서 전문가 13명이 참가하는 ‘치매노인 문제와 해결’ 심포지엄을 연다.

센터장인 영남대 김한곤(金漢坤·47) 교수가 경산과 대구지역 치매노인 104명(평균연령 75세)을 조사한 결과 치매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사람은 며느리 41%, 아들 25%, 배우자 12%로 나타나 치매전문의료시설 보다는 가족이 떠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노인 간병에서 가족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많아 가족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 고통으로는 휴식과 수면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61%였으며 피곤이 쌓인다는 답도 46%로 나타났다.

정신적 고통은 치매노인들의 비협조가 62%로 가장 높았으며, 부양에서 벗어나고 싶다가 40%를 차지했다. 또 치매노인 부양으로 형제간에 갈등이 생긴다는 답도 32%였으며 우울증세를 보인다는 응답도 16%를 차지했다.

치매노인을 돌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가족이나 친지에게 하소연 한다는 대답이 51%로 가장 많아 치매노인이 있는 가정의 상당수가 모든 문제를 가족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실정이었다.

부양하는 가족들은 본인이 치매환자라고 가정했을 때 치매전문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응답이 69%로 가장 많았고, 간병에 적합한 가족은 배우자를 1순위(41%)로 꼽았다.

김 교수는 “치매노인 관리에 가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 치매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치매교육 프로그램과 치매전문시설, 부양비용에 대해 국가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없으면 가족의 힘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치매노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학적 대처 뿐 아니라 교육과 주거환경, 직업 등 사회적 환경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인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생활습관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치매발병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태 교수(미국 유타주립대·사회학)는 “치매를 유발하는 사회적 위험요소에는 교육수준과 성년기의 직업 및 소득 등도 중요한 측면”이라며 “치매 발병 후 대처하는 문제와 함께 유년기부터 치매를 예방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문제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유년기의 교육수준이 성별 생활습관 고혈압 여부와 관계 없이 70대 전후 노인의 치매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유년기의 교육이 성년기와 노년기의 사회적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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