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판교신도시 공기순환 안된다…바람적은 지형탓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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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가 지형적으로 환기(換氣) 기능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지역의 모든 곳에서 풍속이 매우 느린 데다 택지개발예정지구 중 30%가량엔 아예 바람이 불지 않아 대기 오염물질 유입시 이를 자연 순화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국토지공사의 의뢰로 ‘성남 판교택지개발예정지구 바람통로 예측 모델링’을 연구한 서울여대 도시기후연구센터 송영배(宋永培) 교수팀에 의해 밝혀졌다.

송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부터 7개월 동안 판교 일대 11개 지점에서 풍속을 측정한 결과 평균풍속은 초당 0.49m였다.

기상청은 초당 0.4m 이하의 바람은 불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판교 전 지역에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택지개발예정지구 가운데 삼평동 농막길과 숲풍안길, 맷돌머리길, 아랫벌길, 낙생중고교 부근 등 10여개 지역 80만평엔 아예 바람이 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교 택지개발예정지구 전체 면적(280만평) 가운데 28.6%가 저(低)풍속 지역인 셈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바람이 부는 지역도 연간 200일 이상은 바람이 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판교 지구가 청계산과 광교산에 둘러싸여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람의 양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송 교수는 판교 지역에 부는 바람의 35%가 서쪽 또는 남서쪽 북서쪽에서 불고 있어 바람의 주요 통과지역엔 하천이나 잔디밭, 산책로, 나무를 듬성듬성 심은 공원 등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층 건물도 ‘ㄷ’자나 ‘ㅁ’자보다 ‘ㅡ’자나 ‘T’자 모양으로 설계해야 바람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가 없으면 대기 오염물질이 수일간 머물면서 오존 등을 생성해 도심환경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토지공사는 송 교수의 연구결과를 6, 7월경 한국환경정책평가원에 보내 판교지구의 환경영향평가 심의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2005년 1·4분기(1∼3월)에 분양에 들어가는 판교신도시엔 2007년부터 6만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신도시 개발을 위해 바람 통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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