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물류대란' 느긋한 울산시

  • 입력 2003년 5월 13일 20시 45분


코멘트
“물류(物流)는 유통쪽이기 때문에 우리 과(課) 소관이 아닙니다. 유통소비과로 문의하세요.”(기업지원과)

“물류와 수출입은 소비자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우리 과 업무가 아닙니다.”(유통소비과), “기업체와 관련된 물류는 기업지원과 소관입니다.”(경제정책과)

민주노총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전국이 ‘물류대란’을 겪고 있던 지난 7일 오전 9시경. 울산시청 관련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과 무관한 업무라고 발뺌을 했다. 더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관계 장관들을 다그친 뒤여서 씁쓸함을 더해주었다.

‘포스코 등에서 철강을 공급받지 못한 울산 기업체의 피해상황’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관련 공무원들이 보여준 이같은 ‘업무 떠넘기기’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물류대란이 6일째 계속되고 국내 최대의 철강 소비기업인 울산의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등은 철강 반입이 안돼 언제 공장 가동을 중단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작 울산시는 피해상황을 파악하기는 커녕 업무 떠넘기기에 바빴다.

경제통상국장이 기업지원과가 피해실태를 파악하도록 ‘교통정리’를 하고 나서야 업무혼선은 일단락 됐지만 이마저도 이날만 피해실태가 파악됐을 뿐이었다. 부산항이 5일째 마비돼 울산지역 기업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13일까지 울산시는 몇몇 기업체에 전화만 한뒤 “피해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며 손을 놓고 있다가 이날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대책반’ 구성을 검토할 정도였다.

전국 수출입 물동량의 23%를 차지하고 ‘산업수도’로 자처해온 울산시의 업무자세 치고는 너무 한가롭고 안일한 모습이었다.

물론 울산시가 나서 피해상황을 파악한다고 사태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물류대란’의 피해를 보고 있는 대기업들이 시청 직원들의 업무파악에 오히려 역정을 내며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는 애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찾아나서 해결하겠다”며 기업본위의 행정서비스 제공을 누누이 강조해온 울산시였다.

기업의 피해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기업을 도와줄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울산을 건설하겠다는 울산시의 공언이 공허하게 들린다.울산에서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