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협상 진통]지역별 협상주체 제각각…해결 암초

  • 입력 2003년 5월 11일 22시 55분


코멘트
화물연대의 조업중단으로 부산, 광양항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으나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주체가 불분명해 단기간 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화물연대, 운송업체, 화주 대표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2일 화물연대 포항지부가 파업에 들어간 지 10일 만에 물류 중단사태를 둘러싼 각 주체들이 벌인 첫 전국단위 협상으로 화물연대 대표 11명과 한진 대한통운 등 운송업체 대표 8명 외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화주(貨主) 대표 5명이 참석했다.

▽운임인상 협상창구 단일화 논의=이번 협상의 초점은 화물연대측이 주장한 운임 산별(産別)교섭. 그동안 운임협상이 지부별, 지회별로 이뤄지다 보니 운송업체측 협상주체가 모호한 곳이 많을 뿐 아니라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개별협상이 타결된 뒤 다른 지역보다 인상률이 낮으면 불만이 쏟아지곤 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화물연대측은 전국적인 운임 표준 요율과 표준 인상률을 정하기 위한 중앙 산별교섭의 틀을 만들자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운송업체 대표들은 “부산항 컨테이너 화물운송을 주로 맡은 대표들이 참석해 대표성을 갖기 곤란하기 때문에 건설교통부와 협의해 전국단위의 교섭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등에 미칠 영향=11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단위의 협상이 당장의 파국사태를 해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 운송하역노조 위원장(화물연대 의장 겸임)의 설명대로 이날 협상은 산별교섭의 틀을 만들고 논의할 의제와 협상일정을 다루는 데 그쳤기 때문. 그러나 부산, 광양 등의 화물차량 운전사들의 눈은 온통 서울로 쏠렸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서울의 협상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행동방향을 정한다는 입장. 부산지부는 10일 밤 지도부가 파업을 유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강성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닥쳐 김영원 지부장이 사퇴하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또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의 화물연대 지입차주들은 운임 30% 인상, 다단계 알선 폐지 등 6개 항의 요구조건을 내걸었으나 정작 이들과 협상할 당사자도 결정되지 않아 ‘자력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對)정부 협상=화물연대는 이날 운송업체와의 협상과는 별도로 중노위에서 손봉균(孫奉均) 건교부 수송물류심의관을 만나 △도로 통행료 인하 △지입제 철폐 등 운송체계 개선 △다단계 알선 근절 등 기존 요구사항을 협의했다.

정부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그동안 매주 화요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교부 노동부 과장급 공무원들이 참석하는 실무협의회를 국장급 회의로 격상시켜 화물연대 쪽과 논의할 예정. 또 필요하다면 수시로 실무협의회를 열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요구 중에는 경유세 인하 등 시행이 불가능한 것들이 포함돼 있고 중·장기적으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들도 많다”며 화물연대측이 합리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광양=김 권기자 goqu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