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초등학교 교사들 ‘수업 노하우 나누기’ 성과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01분


코멘트
서울 경복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자신들이 터득한 학생지도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서울 경복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자신들이 터득한 학생지도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개사(改詞)해서 불러주니 아이들이 역사지식을 훨씬 잘 외워요.” “우리 반도 쓰면 좋겠다. 선생님이 녹음한 노래 파일을 올려주세요.”

1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 능동 경복초등학교 5, 6학년 담임교사들이 모여 ‘스터디 모임’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까, 어떻게 생활지도를 더 잘할까’를 논의하는 자리. 교사로서 ‘지극히 기본적인 일’이지만 이들의 다짐은 남다르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간다’는 것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7차 교육과정 도입으로 ‘창의력교육’이 많아졌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자칫 잘못 이해하면 아이들과 노는 시간은 많아지고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죠. 정교한 교재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이 학교 민태호 교장과 5학년 주임 박혜경, 6학년 주임 이선형 교사는 이런 취지에서 교사들의 학습법을 한데 모으는 ‘지식공유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5, 6학년 담임교사들은 오전 7시20분까지 출근했다. 종전보다 1시간 반가량 앞당긴 것. 이들은 오전 9시까지 학습법 개발을 위해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벌였다.

예를 들어 ‘깔때기로 분비물을 거르는 실험’을 어떻게 시범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이 토론의 주제. 일주일에 두 번씩은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사례연구’를 진행한다.

주로 선배교사들에게 한 수 배우는 시간이다. 5학년 담임 허세현 교사(33)는 선배교사가 시집 등에서 좋은 단어를 발췌해 만든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수받아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고 했다. 허 교사는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아이에 대한 교육방법을 물었더니 한 선배 선생님이 예전부터 만들어 놓은 편지 한 통을 주시더군요. 몇 가지 내용만 바꾸고 추가해 아이에게 보냈더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은 이와 함께 아이들이 쓰는 ‘채팅용어’를 정리해 교내 인터넷망인 ‘알림방’에 올려놓았다. 덕분에 중년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쓰는 용어를 알게 된 뒤부터 전보다 의사소통이 더 잘됐다”며 즐거워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