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찬조금 관행 언제까지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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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이 초중고교의 불법 찬조금 모금에 대한 집중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상당수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찬조금을 받아 학교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가 교육현장의 불법 찬조금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찬조금은 촌지와 함께 우리 교육계의 고질(痼疾)이다. 학교운영위의 의결을 거친 학교발전기금 이외에는 학부모에게서 어떤 명목의 찬조금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교육법을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다. 실제로 상당수 학교는 각 가정에 은행계좌번호가 적힌 협조 요청서를 보내는 등 걸핏하면 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에 접수된 한 제보에 따르면 모 고교는 매년 학생 1인당 50만원씩 해마다 4억2000만원의 불법 기금을 조성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학부모회가 열릴 때마다 찬조금을 갹출하는 것은 관례가 됐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회장 반장에 출마한 학생들이 당선될 경우 학교를 위해 얼마의 찬조금을 내겠다는 공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위법인 줄 알면서도 이를 은밀하게 종용하는 것은 비교육적 행위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에게 찬조금은 또 다른 부담이다.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찬조금을 내지 않을 경우 자식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봐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집안이 부유해 많은 찬조금을 낸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위화감도 문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여기에서 무엇을 느끼겠는가.

찬조금 문제는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교육당국은 찬조금을 둘러싸고 위법이나 비교육적 현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각급 학교에 주고 있는 학교운영비를 현실화해 주는 방안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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