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과거청산론 비판' 에 반박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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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직(安秉稷·48)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자신의 역사학회 논문발표로 촉발된 ‘과거 청산’ 논란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박찬승 충남대 교수와 이진모 한남대 교수의 견해를 반박하는 글을 최근 발행된 역사학보 제177집에 실었다.

안 교수는 지난해 8월 15일 역사학회 학술대회에서 ‘과거 청산과 역사서술-독일과 한국의 비교’라는 글을 통해 이른바 ‘친일’의 역사적 상황과 맥락을 무시한 과거 청산 방식을 비판했고 박, 이 두 교수는 각각 지난해 8월 31일자와 9월 14일자 모 일간지를 통해 안 교수의 견해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안 교수는 이번 역사학보에 게재한 글 ‘附記(부기):비판에 답함’에서 “일제강점기 식민체제에 대한 순응과 협력행위는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진정한 과거 청산의 길은 ‘늦게 태어나 행운을 누리는 자’가 일방적으로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 불행한 체험의 당사자가 돼 함께 성찰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박 교수의 비판에 대해 “박 교수는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현실과 경험에 ‘긍정적’인 면도 있었을 것이라는 필자의 주장과 관련해 필자가 거론한 신작로 기차 학교 병원 등 사례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크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근대적인 변화가 어떤 배경에서 나타났고 어떤 기능을 수행했는가 하는 점이라기보다 그것이 (비록 왜곡됐다고 하더라도) 당시대인의 눈에 어떻게 비쳤고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경험했는가 하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박 교수는 필자가 사실만을 추구하는 가치중립적인 역사학을 지향하는 듯 비판하지만 이는 필자의 입장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며 “필자는 시비를 가리지 말고 가치판단을 중지하자는 뜻이 아니라 역사는 한 가지 관점이나 입장에서 파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 절대적인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은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 교수는 일제와 한국인의 관계는 나치체제와 독일인의 관계와는 전혀 역사적 맥락을 달리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한 민족국가 내부에서 나타난 것과 제국주의 이민족세력의 강점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두 체제가 상호 구분된다는 뜻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며 필자의 글에서도 이미 언급됐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제시한 ‘위로부터 권력의 지배’와 ‘권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나치시대와 일제강점기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교수는 나치즘의 일상사를 거론하는 것이 우리 현실에서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일상사 출현 이전 독일의 과거 청산 노력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필자의 글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그러나 독일에서 (나치 협력자에 대한) 전기와 인명사전 출판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긴장에 기여했다는 등의 몇몇 주장에 대해서 필자는 과연 그런가 하는 강한 의문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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