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도교육청 ‘한빛고 파행’ 구경만 할건가

  • 입력 2003년 4월 30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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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영을 둘러싸고 교사 및 학부모측과 학교법인측이 마찰을 빚고 있는 전남 담양의 한빛고(본보 4월1일자 A25면)사태의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28일부터 학부모들이 재단 이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1998년 3월 문을 연 한빛고는 광주전남지역 최초의 대안학교이자 국고 지원없이 법인 전입금과 학생 등록금 만으로 운영되는 ‘자립형 사립고’로 개교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한빛고는 2000년 3월 4년 임기로 초빙된 이 학교 교장이 1년여만에 사직하자 교사와 학생들이 “법인측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교장을 바꾸기 위해 뒤에서 음모를 꾸민 결과”라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어 2001년 12월부터 3개월간 전남도교육청 행정감사 결과 법인의 회계부정이 밝혀져 지난해 8월 관선이사가 파견됐으나 학교가 정상화되기는 커녕 양측의 갈등은 오히려 표면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인이 올해 재단 전입금을 22.5%나 삭감하자 교사와 학부모들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하다며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으며 학부모회도 자녀들의 등교거부를 결의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한빛고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학교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전남도교육청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지난달 24일부터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학교 부실운영 책임을 물어 이사장을 포함한 7명의 이사진 퇴진을 요구했으나 전남도교육청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도교육청은 “자비부담 자립형학교로 인허가가 난 만큼 학교운영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학교법인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한발을 뺐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도교육청은 “모든 것은 법 테두리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상황 판단을 위한 현장조사도 벌이지 않았고 입장 조율을 위한 법인, 학부모 및 교사, 도교육청 등 3자간 만남의 자리도 아직까지 마련하지 않고 있다.

“부모가 갖는 커다란 기쁨 중 하나는 자식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쁨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자녀를 배움의 터에 보내지 않기로 한 학부모의 비장한 외침을 도교육청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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