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회장 되면 月500만원…찬조금 관행에 학부모 허리휜다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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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김모씨(43·회사원)는 3월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전교 회장에 당선된 뒤 한달동안 500여만원을 써야 했다.

우선 김씨는 해마다 학생회 임원단이 구성되면 700만원의 찬조금을 거둬 학교에 납부하는 것이 관례이며 절반은 회장 학부모가 내야 한다고 해서 350만원을 냈다. 그 뒤 회장 당선사례 간식비로 40여만원, 전교 어린이회 대의원회의가 처음 열린 날 교사와 학생들의 식사비로 40여만원, 학부모 회의가 열릴 때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이 들었다.

김씨는 “빠듯한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돼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5월은 스승의 날, 소풍, 체육대회 등 행사가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초중고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학부모를 대상으로 불법 찬조금을 모아 학교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는 풍토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학부모의 불만이 높다.

현행 교육법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학교발전기금 이외에는 학부모로부터 어떠한 찬조금도 받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 찬조금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중 시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불법 찬조금 모금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여 문제가 드러난 학교는 학교장을 중징계하는 등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서울의 한 외국어고는 학생 1인당 50만원씩 해마다 4억2000여만원의 불법 기금을 조성했고 교장이 새로 부임하자 학부모와 상견례를 한다며 식사비를 학부모회에 부담시켰다는 것.

이 같은 불법 찬조금은 특히 학생회 임원으로 선출된 학생의 학부모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부모는 자녀가 학생회 임원 선거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학교측이 나서서 말리기까지 한다는 것.

불법 찬조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교육청이 지급하는 학교운영비가 현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것도 한 원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초중고교에 36학급 기준으로 3억∼4억원의 학교운영비를 지원하고 학교는 이 예산으로 공공요금, 교수학습자료 구입비, 시설 유지비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중학교 교장은 “생활수준이 높아져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냉난방 시설과 정수기를 설치하는 등 경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예산이 부족한 현실에서 학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어 예산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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