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도 안됐는데 업무보고 받고…교육부 정책보좌관 ‘월권’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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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각 부처에 장관 직속으로 2∼4급의 정책보좌관을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부 부처에서는 정식 발령을 받지 않은 정책보좌관 내정자가 업무 협의를 하는 등 사실상 공무행위를 하고 있어 월권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관에게 ‘정책 조언을 하는’ 자리에 과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나 정당 출신 인사들이 임명될 움직임을 보여 ‘자리 나눠주기’라는 지적과 함께 일부 부처에서는 공식 라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의 정책보좌관에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김동환(金東煥·39·부산대 사회학과 졸업)씨를 내정하고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설 의원의 보좌관과 비서관으로 6년 정도 근무한 김씨는 인수위 사회문화분과에서 교육담당 상근 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청와대에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공식 임명장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공무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3월 말부터 차관실 옆 소회의실에 사무실을 마련해 국장 및 과장과 업무보고를 듣거나 인사나 조직개편 등에 대해 부총리에게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져 월권 시비를 낳고 있다.

국회 4급 비서관 출신인 김씨는 교육부에 2급 보좌관 임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과 10년 정도의 국회 근무경력으로 2급 임명은 무리라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교육부 직원들은 “행정고시 출신도 2급이 되려면 20년 이상 걸리는데 말이 되느냐. 4급 서기관 대우면 적당하다”며 “부총리가 임명도 하지 않은 외부 인사에게 사실상 공무행위를 허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는 시인이자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화정책위원장인 이영진씨를 정책보좌관으로 내정한 상태이며 현재는 보좌관 자격이 아니라 최근 문화부가 구성한 문화행정혁신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상근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경우 김두관(金斗官) 장관의 남해군수 시절 비서를 지낸 박동완씨(41)를 장관비서실장으로 임명했는데 정책보좌관제가 시행되면 박씨를 보좌관에 임명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는 최수만 민주당 전문위원을 보좌관에 임명할 예정이다.

정부의 정책보좌관제 추진은 1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야당이 문제점을 집중 거론하자 행자부가 각 부처에 일단 유보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당초 부처별로 2, 3명씩 두려던 계획도 1명씩을 임명한 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변 출신의 변호사가 정책보좌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야당의 반발이 심한 데다 별정직으로 장관과 진퇴를 같이하기 때문에 다른 부처와 보조를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책보좌관직에 대해 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청와대가 총선 전에 부처를 장악하고 장관을 감시하기 위해 내려 보낸 ‘보안사 요원’ 같다는 뒷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행정학) 교수는 “전문성이나 부처 사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장관의 부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보좌관제를 도입하려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방식은 부처의 거부감 때문에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내부 인사를 활용하는 것이 계선조직과 참모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보좌관이란: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인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의결해 부처 규모에 따라 2, 3명의 장관보좌관을 2∼4급의 일반직 계약직 또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도 부처가 별도의 정원으로 별정직 보좌관을 둘 수 있으나 이를 명문화하고 규모를 늘린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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