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애인의 날 “넘지못할 장애 없어요”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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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장애인을 운전사로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덕수콜택시 이덕팔 사장(오른쪽).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국내에서 장애인을 운전사로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덕수콜택시 이덕팔 사장(오른쪽).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넘지못할 장애 없어요” 덕수콜택시 기사48명 중증

서울 중랑구 면목동 덕수콜택시의 운전사 205명 가운데 48명은 장애인이다. 그것도 한쪽 팔이나 다리를 못 쓰는 중증장애인.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 운전사 한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회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사건을 계기로 이석팔(李錫八·65) 사장이 ‘장애인 돕기’에 나서면서다. 그는 한국교통장애인협회를 통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성우현씨(42)를 소개받았다.

“성씨는 정말 성실하고 친절했어요. 장애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습니다.” 국내 1호 장애인 운전사였던 성씨는 이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모은 돈으로 현재 중고차 판매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소문에 전국의 장애인이 몰려들었어요. 장애인들이 설 땅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도 있다. 자동 기어 차를 구입해야 하고, 장애인들이 운전하기 편하게 대당 200여만원을 들여 개조해야 했다. 장애 상태에 맞게 개조된 차량을 배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처음엔 일반 운전사들보다 사납금을 적게 받았어요. 하지만 장애인들이 워낙 성실히 일해 오히려 더 많은 실적을 올리는 것을 보고 차이를 없앴지요.” 이 사장은 장애인 운전사들이 손님들에게 친절할 뿐 아니라 조심스럽게 운전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뺑소니차량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 그는 “다른 차가 사고를 내고 도망쳐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오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1980년 세워진 덕수콜택시는 ‘23년 무분규’라는 또 하나의 기록도 갖고 있다. 그동안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개인택시를 모는 장애인 운전사들만 모두 26명.

이 사장은 “이들에게 경력증명서를 발급해 줄 때가 가장 보람찬 순간”이라며 밝게 웃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홀로서기 수업 받아요”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개설

12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5층. 서로를 반기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매주 토요일 장애인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이 학교가 마련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 강좌를 듣기 위해 찾은 21명의 장애인이다.

이날 정신지체장애인 김승현씨(20)와 서지원씨(20), 김완규씨(33) 등 남자 수강생들은 교내 우체국에서 체험학습을 했다.

지금까지는 서류 분류나 인터넷으로 주소 검색, 소포 분류 등 ‘단순 업무’를 했지만 이날은 입금표 서류를 하나하나 찢어 낱장으로 만드는 생소한 훈련을 했다. 그렇지만 승현씨는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며 자신 있는 표정을 보였다.

화장법 수업에 참가한 김세미(23) 이경예씨(32) 등 여자 수강생 4명은 화장품을 미리 준비하는 등 들떠 있는 모습.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거울을 보며 얼굴 꾸미기에 집중했다.

이화여대가 2001년 9월부터 시작한 이 강좌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에게 사회 상황을 직접 체험토록 하고 있다. 학기당 20여명으로 지금까지 수강생은 연인원 60여명.

작년 가을학기부터는 지원고용 프로그램을 실시해 장애인의 취업도 돕고 있다.

세미씨의 어머니 김명숙씨(49)는 “처음에는 세미가 혼자 다니지 못하고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버스나 전철도 혼자 타고 외모도 가꾼다”며 “이제 성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희(朴承姬·44·특수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은 지역사회의 축소판으로 우체국, 은행, 식당, 도서관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체험하는 좋은 학습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대학은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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