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치명적인 수은이 들어있는 연간 15만∼20만개에 이르는 가로등 램프가 그대로 땅속에 묻히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사업장’에서 나온 폐기물에 수은이 L당 0.005mg 이상 있을 경우 관리가 가능한 지정매립지에 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가로등 램프는 ‘사업장 폐기물’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되고 있는 것.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일선 구청들은 다 쓴 가로등 램프를 다른 폐기물과 함께 고물업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서울 A구청 도로조명팀 관계자는 “다 쓴 가로등 램프를 수거해 보관하는 것까지만 구청의 업무”라면서 “가로등 램프가 고물업자들에게 넘어간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물업자들은 구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가로등 램프의 유리와 코일은 남기고 수은 등 중금속이 들어있는 나머지 부분은 일반폐기물과 함께 매립하거나 방치하는 실정이다.
가로등 램프에서 나오는 수은은 인체에 흡수되면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고 언어장애와 시청력장애를 일으키는 미나마타병에 걸릴 수 있다. 중앙대 약대 손동헌(孫東憲) 명예교수는 “일본 미나마타시(市)에서 발생한 이 병은 50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사용된 수은 때문에 야기됐다”며 “수은 중독의 피해는 20∼30년 후 자손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국제조명위원회 한국위원회 지철근(池哲根) 회장은 “국내 업체 대부분이 램프 내관을 수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가로등 1개에 수은이 얼마나 들어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따라 형광등과 마찬가지로 가로등 램프를 지정 매립지에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형광등은 내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대상에 포함돼 제조업체가 폐기할 때 재활용 의무를 지도록 규정돼 있다.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홍수열(弘秀列) 간사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형광등보다는 각 구청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가로등 램프에 대한 관리가 훨씬 쉽다”며 “가로등 램프에 EPR제도를 적용해 수은 오염 피해를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강지남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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