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가면 식중독 걸리는 나라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42분


코멘트
학교에서 주는 점심밥을 먹고 우리 아이들 1300여명이 식중독에 걸렸다. 공부 잘하고 오라고 학교에 보냈더니 되레 병을 얻어온 꼴이다. 이 안전불감증의 나라에서 음식물로 인한 치명적 질병에라도 집단 감염됐으면 어쩔 뻔했는지, 그나마 식중독이어서 차라리 낫다고 자위해야할 판이다.

이번에 식중독에 걸린 서울지역 학생들은 모두 외부 급식업체의 음식을 먹은 뒤 탈이 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의 296개 중학교 모두가, 고교는 266개교 중 9곳을 제외한 학교가 위탁급식을 한다. 위탁업체는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질 낮은 재료를 쓰는 등 위생관리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무허가업체가 급식을 맡았다가 교육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학부모단체들이 ‘학교급식 네트워크’를 만들어 학교 책임하에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는 ‘직영급식’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학교급식법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학교장이 급식 방식을 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학교측에서 비용과 편의성 책임문제 등을 들어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직영급식을 반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직영급식을 할 경우 비용지원을 해야하는데 예산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방관하는 실정이다.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느냐로 모아져야 한다. 교육청의 과감한 예산지원과 학부모의 적절한 비용분담을 통해 직영급식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위탁급식을 해야할 형편이라면 학교는 물론 시교육청에서도 위생문제부터 품질과 영양에 대해 철저한 감독을 해야한다. 차제에 학교급식법 개정문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고교 시절은 가장 잘먹고 쑥쑥 커야할 성장기다. 학교급식은 편식 등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고 청소년 비만을 막는 건강교육의 일환으로 다뤄져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이처럼 함부로 먹여 식중독까지 걸리게 하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