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부모협회 문닫을 위기…복지부 심사서 탈락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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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8년여 동안 버려지거나 갈 곳 없는 400여명의 아이들을 일반가정의 수양부모와 연결시켜 주는 가정위탁사업을 해 온 사단법인 한국수양부모협회(회장 박영숙·朴英淑·사진)가 당국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역할을 할 단체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하고 최근 전국 16개 시도에 의뢰해 대상단체 선정에 나섰는데 21일 서울시의 심사에서 한국수양부모협회가 탈락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교수 2명, 아동복지 전문가 1명, 서울시의원 1명, 서울시 업무담당 과장 1명 등 모두 6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지원대상으로 신청한 4개 단체를 심사한 결과 ‘한국복지재단’이 가정위탁지원센터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의 가정위탁지원 사업은 한국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돼 한국수양부모협회의 활동이 무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심사위는 단체공신력, 업무수행능력, 운영계획, 운영의지 등 4개 항목을 심사기준으로 삼았다”며 “한국수양부모협회는 운영의지가 있었지만 운영계획이나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수양부모협회 박 회장은 “운영계획이나 재정능력보다는 현재까지의 위탁실적, 위탁가정 발굴능력, 가정위탁사업에 대한 홍보 역량을 갖춘 단체를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이번 선정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회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수양부모협회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유일한 ‘가정위탁 전문기관’. 95년 박 회장은 직접 경기 동두천시에 버려진 백인 혼혈아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고, 97년에는 외환위기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급증해 아예 협회를 만들어 활동해 오고 있다.

그동안 이 협회의 운영비는 회원들의 기부금과 박 회장 개인의 부담으로 꾸려 왔다. 이 협회의 어린이 쉼터를 만들 돈을 퇴직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박 회장이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영국대사관 공보관직을 떠나 현재의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직으로 옮긴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박 회장은 “이번 선정결과로 인해 한국수양부모협회의 노하우와 노력의 빛이 바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강지남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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