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남대 지역大 최초 '성공전략과 협상' 과목 개설

  • 입력 2003년 3월 18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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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든 게 협상이죠.”

대학 강의에 ‘협상학’이 등장했다. 지역 대학에서 협상학 강좌가 개설되기는 이번이 처음. 영남대가 신학기에 ‘성공전략과 협상’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자 1000여명의 학생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오후 3시 영남대 상경관 301호 강의실. 수강생 180명은 우동기(禹東琪·정행학부) 교수의 강의에 눈과 귀를 모았다. 본격적인 협상학에 들어가기 앞서 진행된 이날 수업의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사람의 스타일을 6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각자 해당되는 자신의 모습부터 찾는 것. 가령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예측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유형이라면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지 않은가 △인간미가 부족한 게 아닌가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 아닌가 등을 돌아보는 것이다.

이번 강좌는 대학생들에게 협상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행정학 심리학 국제통상학 등을 전공한 교수 5명이 의기투합해 마련했다.

우동기 교수는 “협상은 세상 돌아가는 기본원리”라며 “권위주의적 풍토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한국에서는 협상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상이 지구촌으로 되면서 국제협상을 해야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는데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집단이기주의와 지역갈등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협상능력은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협상문화가 없다’는 데 대해 교수들은 그동안 한국사회는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에 따라 갈등해결 △동질적 문화로 협상의 필요성이 떨어진 풍토 △원활한 의사소통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문화 등을 꼽았다.

이에 비해 협상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사회적 배경으로 △민주화 이후 권위주의적 질서가 빠르게 해체 △세계화 추세는 개인간 국가간 경쟁을 심화시켜 이해갈등이 첨예화 △정보통신의 발달은 집단주의적 태도 대신 개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게 된 측면 등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행정학과 3학년 노경호(盧徑昊·25)씨는 “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협상일 정도로 하루종일 모든게 협상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이번 강의를 통해 내 자신부터 철저하게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 상생(相生)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김혜란(金蕙蘭·20·체육학부)씨는 “운동선수도 연봉협상 등에 협상능력이 꼭 필요할 것 같다”며 “가족이나 친구, 애인 사이에도 협상을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공감한다”고 했다.

수업은 △꿩 먹고 알 먹는 협상 △서로 이익을 나누는 합의까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내와의 협상 △협상에서 왜 실패하나 △협상의 전략 전술 △한국의 갈등구조와 협상 등을 사례위주로 다루는 한편 협상을 주제로 하는 영화도 감상한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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