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校 선택과목 수업 파행

  • 입력 2003년 3월 18일 19시 05분


코멘트
3월 학기부터 고교 2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7차교육과정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과목제가 시행에 들어갔으나 학교별로 해당 과목 교사 부족 등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고교들은 사실상 학교에서 선택과목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 고르도록 하고 있어 학생 중심의 수업을 내세운 새 교육과정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고교 2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택과목제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1년까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마치고 2년부터는 학생들이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고교에서는 지난해부터 연차적으로 제7차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듣고 싶어하는 과목을 지도할 교사가 부족해 시행 초기부터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현재 고교 교사 수는 법정 교사 정원의 86%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 관악구 A고교의 경우 교사 부족으로 이번 학기에 제2외국어는 일본어와 중국어, 과학은 물리와 화학 과목만 실시하고 있으며, 세계사는 담당 교사가 없어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 B고교는 학생들에게 2과목을 고를 수 있게 했지만 사실상 학교가 학생들의 선택과목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과목을 고를 경우 수업이 없는 교사가 생길 수 있다”며 “자신의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적으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대입에 필요한 과목이나 공부 부담이 적은 과목만 선호하고 있어 일부 비인기 과목 교사들이 학교를 떠난 사례도 있다.

서울 강북의 C고교는 이번 학기에 예체능 과목 중 체육과 미술을 선택하도록 제시했으나 미술을 선택한 학생이 적어 미술교사 1명이 학교를 떠났다. 교련 과목도 대입과 관련이 없어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서울의 한 고교는 이번 학기에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등 과학 4과목 중에서 고르도록 지정했지만 물리를 고른 학생이 적어 과목을 개설하지 못했다.

이 학교 주모군(16)은 “학생들 사이에 물리는 공부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퍼져 선택을 꺼린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대입에 필요한 과목만 선호하고 비인기 과목은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비인기 과목 교사들은 신분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 2, 3년 4학기 동안 듣는 수업 136단위 가운데 20%인 28단위 이상을 학생이 고를 수 있다. 1단위는 1주일에 50분간 수업하는 것을 말하며 학생들은 학기당 1, 2과목을 선택해 28단위를 이수해야 한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