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사태가 남긴 것, 勞使문제 자율해결 원칙 훼손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13분


코멘트
12일 타결된 두산중공업 사태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노동계로 기울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지에서 직접 중재에 나선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도 “회사측이 대폭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노조의 위임을 받아 협상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마지막 쟁점이었던 해고자 복직과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문제에서 성과를 얻었다.

해고자 18명 중 5명을 우선 복직시키고 남은 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는 계속 협의하기로 하는 한편 개인을 상대로 한 손배소 취하도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측이 노동부가 지난달 24일 내놓은 중재안을 넘는 노조측의 요구사항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에 비춰보면 사실상 노조의 승리인 셈이다.

노동부 중재안은 해고자 복직 문제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개인 가압류만 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반면 회사측은 운영 정상화에다 극한 상황을 피하게 됐다는 점 외에는 얻은 게 없다. 12일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동계는 결사대를 파견할 예정이었고 이에 맞서 회사측은 휴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극한 상황이 우려됐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 해결은 권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 노조에 유리하게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노사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데다 현재 회사측에 대한 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권 장관의 ‘방문’은 회사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개입은 노사분규의 자율해결 원칙을 훼손시켰다는 점도 논란으로 남게 됐다. 권 장관은 “이번은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으나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인한 노사간 갈등은 일부 사업장들의 경우 두산중공업 못지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벌써부터 “이번 사태 해결을 계기로 50개 사업장의 2200억원대에 이르는 파업 관련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해고자 복직 문제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에 따르도록 하는 공식 절차가 무시된 것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경우 노사협상에 따라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음을 보여준 것도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권 장관은 중재에 나서기 전 “사회 통합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회사측에 불리하게 나타났다.

이에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주5일 근무제 협상과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 수립 등에서 경영계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측은 “두산중공업 사태가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장관이 직접 나서는 것은 사용자에게 부담이 너무 커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사태의 해결 방식은 노사관계가 법과 원칙이 아니라 힘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두산중공업 노사의 합의내용 변화 과정
항목임금 단체협상
(지난해 12월6일)
노동부 권고안
(2월 24일)
노사 합의서
(3월 12일)
조합원 가압류추후 노사협의해제취하
〃 손해배상소송언급 없음언급 없음취하
조합비 가압류조합비의 40%만 적용조합비의 40%만 적용
해고자 복직노동위와 법원 결정대로5명 복직 후 지속 협의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50% 지급50% 지급
올해 분규 책임-언급 없음민형사상 면책키로
파업기간은 지난해 5월22일~7월7일 중 무단결근으로 처리된 부분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