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 포기農 속출

  • 입력 2003년 2월 9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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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의 대표상품인 감귤의 가격이 곤두박칠치면서 이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

‘감귤밭만 있으면 자식교육이 걱정없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으며 판매가가 생산비를 크게 밑돌면서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생산한 감귤을 남몰래 폐기처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감귤농사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울 등 대도시 농산물 공판장에서 낙찰된 감귤의 평균 가격은 지난 1월 중순 400원대 수준에서 설 대목을 맞아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가 최근 330원대로 다시 폭락했다.

이런 감귤 가격은 감귤의 생산원가인 ㎏당 400원을 밑도는 것. 이 때문에 농민들은 농약비 물류비 등을 갚기 위해 오히려 빚을 내야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농민들은 한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당 100원에 수매하는 가공용 감귤을 팔려고 제주도지방개발공사의 감귤가공공장으로 몰려가고 있으나 공급물량이 넘쳐 처분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일부 농민은 아예 감귤 출하를 포기하고 창고 등에서 썩고 있는 감귤을 산간 도로변에 몰래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률도 급전직하해 1980년 ㎏당 2907원의 소득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감귤나무 10여그루면 자식 대학공부를 시킬수 있을 정도여서 ‘대학나무’로 불리던 것도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감귤 가격이 급락한 것은 재배면적이 1980년 1만4094㏊에서 최근 최고 2만5860㏊까지 늘어나면서 생산초과현상이 빚어졌고 값싼 외국산 과일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 가격조절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다른 과일과의 ‘경쟁력’에서도 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악순환되면서 최근에는 감귤과수원을 폐원하려는 농가가 줄을 잇고 있다. 폐원할 경우 그나마 제주도로부터 ㏊당 2400만원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감귤과수원 폐원을 신청한 면적은 당초 계획 300㏊의 4배 이상인 1226㏊(2091농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원을 신청한 양창식씨(57·남제주군 남원읍)는 “감귤가격이 4년째 하락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이제 감귤로는 생계를 잇기 힘들어 농가마다 작목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올해 감귤가격 회복을 위해 감귤 12만t 감산운동을 펼치겠다는 계획만 밝히고 있을 뿐 뾰죽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는 “가용 예산을 확보해 농가에서 신청한 폐원 면적을 모두 수용하겠다”며“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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