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노무현 당선자 검찰독립 관련 발언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55분


코멘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부정적 견해를 밝힘에 따라 검찰도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검찰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두 사람의 발언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면서 검찰 독립을 외쳐왔다. 15대 총선 직후인 96년 6월에는 선거 부정을 주장하면서 “여당이 검찰과 경찰의 편파를 엄호하고 있다. 검찰 경찰의 중립은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 직후인 98년 4월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지금까지 검찰은 권력의 지배를 받아왔다”고 지적하면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이 문구는 지금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2층 복도에 걸려 있다.

2001년 1월에도 김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당시 총재와의 영수회담에서 안기부자금 수사와 관련해 “과거 정부는 몰라도 지금은 검찰에 수사를 하라, 하지 마라 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 ‘통치행위’임을 내세우며 비밀송금에 대한 사법심사에 반대하고 있으나, 이는 98년 5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과거 정당성 없는 정부들이 통치기구로 악용하던 검경 조직의 독립성을 (우리는) 보장하고 있다”고 한 말과도 배치된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반부패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대해 추호의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으나 딱 1년 만에 이를 부정한 셈이 됐다.

노무현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기 불과 11일 전인 지난달 18일 노 당선자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TV 생방송에 출연해 “국민적 의혹 사건은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7월에는 “어떤 성역도 인정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각종 비리사건을 엄정히 수사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며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다짐했다.

노 당선자의 검찰권 독립 의지는 94년 5월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 대표로 발표한 최고회의 결의문에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그는 당시 결의문을 통해 “최근 상무대사건과 김현철 사건, 농지안정법 사건에 대한 편파적 검찰권 행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검찰을 ‘권력의 시녀, 주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