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갈등 정면대결 치달아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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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독립을 문제를 두고 벌이는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돼 정면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에선 ‘경찰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경찰 인터넷 게시판에는 ‘결사적으로 맞서자’라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급기야 청와대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검찰서 경찰대 폐지 주장=검찰이 경찰의 수사권독립 추진세력의 핵심으로 경찰대학 출신 간부들을 지목하고 ‘경찰대 폐지론’을 제기한 문건을 만든 사실이 15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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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사가 작성해 검찰 내부 통신망에도 올라있는 이 문건은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가 경찰을 통한 정부조직 장악을 위해 육사를 모델로 경찰대학을 만들었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간부로 자동 임용하는 제도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대검은 “한 검사가 올해 초 개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고 검찰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며 문건의 작성 경위 등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인터넷서 ‘단결’ 주장=경찰청(www.police.go.kr)과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www.smpa.go.kr)에는 15일 경찰로 보이는 네티즌의 ‘단결’을 호소하는 주장이 실려 관심을 끌고 있다.

한 네티즌은 “외부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며 “실패했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만큼은 전략적으로 움직여 반드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찰 고위 간부 분위기=경찰 고위 간부들은 수사권 독립은 ‘역사적 당위’라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최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수위 업무보고 후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지휘부에서 의지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논리적 대응의 필요성과 함께 경찰의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검의 검사들은 전화로 경찰의 인수위 보고 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이 법원의 사법적 통제를 받듯 경찰이 검찰 지휘와 통제를 받는 것은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법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각계의 우려=학계와 시민단체는 수사권독립을 놓고 검·경이 정면 대립 양상을 보이는 것에 크게 우려하며 두 기관의 진지하고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河勝彰) 사무처장은 “사회질서를 책임지는 검·경이 국가 전체의 안정을 위해 진지하게 의논하기보다 서로 흠집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 때문에 시민들은 더욱 두 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전제일(全濟一) 간사도 “정작 시민의 의사는 듣지도 않고 두 기관이 서로 싸우고 있다”며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갈등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은 15일 심상명(沈相明) 법무부장관 및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문제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간에 갈등 양상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했다.

박 실장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법무부와 행자부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조정해 더 이상 국가기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박 실장은 이 같은 조치 결과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사후 보고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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