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응급차에 길 양보는 살인 줄이는것”

  • 입력 2003년 1월 14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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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차가 복잡한 도로를 얼마나 빨리 지나갈 수 있느냐는 것은 국가의 살인 발생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경북 고령 가야대 전돈수(全敦秀·36·경찰비서정보학부·사진) 교수는 14일 ‘살인범죄발생률과 의료수준의 관계’라는 책을 미국에서 펴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받은 범죄학 박사학위 논문을 뉴욕의 출판사가 ‘새로운 시각’이라며 출판한 것이다.

“만약 폭행피해자가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진다면 살인범죄가 성립되지 않아요. 미국의 경우 폭행피해자가 현장에서 즉사하는 경우가 30%, 병원 후송 도중에 숨지는 경우가 35%가량 됩니다. 응급차에 길을 터주는 것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폭행범죄가 폭행이냐 살인이냐를 가를 수 있습니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살인피해자는 1.56명으로 일본의 0.59명보다 3배 가량 높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 1인당 투입하는 공중보건 예산은 365달러로 일본의 1538달러보다 3배 가량 적다.

세계 최고의 살인범죄발생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콜럼비아 경우 살인발생은 84명으로 공중보건 예산은 국민 1인당 51달러에 불과하다.

“국가의 의료수준은 병원, 응급차, 의사, 간호사, 도로사정 등 여러 가지 기준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폭행피해자를 경찰과 병원에 빨리 신고하고 응급차가 피해자를 신속히 옮길 수 있도록 주민이 관심을 갖는 것도 하나의 의료수준입니다.”

전 교수는 “극단적인 폭력인 살인도 범죄라는 시각만이 아니라 공중보건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의료수준을 높이는 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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