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때늦은 ´교육 반성문´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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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주요 교육인적자원정책 방향’ 자료집 중에는 ‘국민의 정부 교육개혁 성과와 반성’이란 대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초중등교육 내실화, 두뇌한국(BK)21 사업, 만 5세아 무상교육 시행 등 현 정권에서 추진해 성과가 있었다고 나름대로 평가한 정책들이 열거돼 있다.

한편 교육부는 “정책결정과 집행, 평가에서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공감대가 미흡했고, ‘수월성(秀越性)’ ‘형평성’ 등 교육이념간의 부조화로 교육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더 나아가 “잦은 교육부장관 교체(7번)로 국민에게 교육불신을 가져오고 정책의 일관성도 저해했으며 특히 교원정년 단축 등으로 교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교육개혁에 대한 교원의 냉소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성과와 노력이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교육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정책의 당위성만을 강변해오던 교육부의 태도를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자기 반성인 셈이다.

따라서 이 ‘자아비판’은 진정한 반성이라기보다는 차기 정권의 눈치 살피기의 하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교육부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동안 ‘교육정책의 혼선’이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의욕만 앞세운 장관이나 정권에 대해 교육관료들이 맹목적으로 머리를 조아렸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 소수점 반올림 논란만 하더라도 서슬 퍼렇던 이해찬(李海瓚) 장관 시절 0.1점까지 따지는 성적 줄세우기를 막는다는 명분에 밀려 충분히 예견된 문제점을 외면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교육부 내에서는 이제야 “그때 꼭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는 뒤늦은 탄식도 들린다.

지금 부처마다 인수위에 보고를 하면서 인수위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수위측은 자신들의 정책구상을 은근히 강요하며 ‘부처 길들이기’를 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노무현(盧武鉉) 정권이 끝나는 5년 뒤에 또다시 반성문을 쓰지 않으려면 잘못된 정책에는 ‘노(No)’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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