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마'자작극 전문가 분석]인터넷 여론 감성 부추길수도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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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자작극’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에 인터넷을 매개로 한 신종 ‘무브먼트리즘(선동, 운동주의)’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이 소수가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위력적 도구’임에도 자정노력이나 견제장치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심각한 폐해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려대 조대엽(趙大燁·사회학)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에 눌린 탓인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검증과 제동장치 없이 유포되는 ‘여론’은 합리적 판단보다는 감성을 부추길 여지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화여대 김석준(金錫俊·행정학) 교수는 “촛불시위의 경우 대중이 몇몇 소수에 의해 동원되고 이성적 판단보다 감성적인 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이번 경우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까지 미친 부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선동성은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

“아무도 몰래 혼자 인터넷을 접속하는 ‘익명의 자아’는 일탈의 유혹을 받기 쉽다. 실명공개가 전제되지 않는 한 비슷한 상황은 계속 재연될 것이다.”(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교실 김이영 교수)

“촛불시위는 지나치게 ‘집단정서’를 자극해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에 불이 붙듯이 외형상으로만 확산된 특징이 있다. 욕구불만이 큰 청소년의 경우 이 같은 집단문화로 인해 극단화할 수도 있다.”(용인정신병원 하지현 정신과 과장)

이 밖에 “인터넷에 자기주장을 올리는 사람들이 국민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서경석·徐京錫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인터넷을 이용한 시민운동은 계속하되 네티즌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梁勝咸 교수)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 사용자 실명제를 도입하고 인터넷 매체의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정치외교학) 교수는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하루빨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경희대 한균태(韓均泰·신문방송학) 교수는 “일부 인터넷 매체가 기자의 소양을 갖추지 않은 이른바 ‘시민기자’를 활용하면서 문제가 비롯된 만큼 자체검증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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