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전경련 회장 맡은 것 최대실수˝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5시 11분


해외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김우중(金宇中·66) 전 대우그룹 회장은 "나의 최대 실수는 전경련 회장을 맡은 것이며 대우문제를 대처하는데 현실적 안목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27일자에서 지난 가을 동남아의 지인이 빌려준 한 별장에서 도올 김용옥(金容沃)씨를 만난 김 전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회장은 김씨를 만나 "나의 최대의 실수는 전경련 회장을 맡은 것이다. 내가 마치 경제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우쭐했던 것이다. 그리고 국가대사만을 염려했다. 따라서 대우 자체의 문제를 충실히 대처하고 풀어나가는 현실적 안목이 부족했다. 나는 어리석었다"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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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우의 외화도피 통로로 알려진 영국의 BFC법인에 대해 "해외투자를 할 때 일일이 정부의 인증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것을 간략화하기 위해 대우 내 금융기관처럼 운영된 융통계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환관리법에 약간의 위배가 있더라도 대우가 먼저 금융감독위원회에 계좌운영을 신고했고 금감위가 현지실사를 통해 일부 미규명 항목이 있지만 운영상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판정을 내렸는데 갑자기 '비밀계좌'로 둔갑했고 대우의 신고도 '적발'로 표현됐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대우 해체의 원인에 대해 "대우는 다른 기업과 달리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80%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해외에서 판매했다. 그러다 보니 해외금융으로부터 끊임없이 자금을 조달해야 했고 멈추면 곧 쓰러지는 자전거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의 원인과 관련해 김 전회장은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한국 금융기관의 부실에 있었는데 정부는 기업의 무분별한 해외과잉투자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금융권이 해외에서 빌려온 외화를 후진국에 높은 이자로 빌려주는 일종의 '이자놀이'를 했으며 이들 나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다 떼이는 상황이 발생해 국고가 텅 비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외국 금융기관이 한국 기업에 대출됐던 돈을 회수했고 해외금융에 많이 의존했던 '세계경영'전략의 대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 김 전회장은 "㈜대우의 경우 분식규모가 15조라고 하지만 과대계산이나 이중계산을 빼면 실제 분식규모는 8조5000억"이라며 "환차로 손해본 것이 10조나 됐으며 따지고 보면 이 분식은 환차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회장은 27일 오전 김용옥씨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충심으로 축하드리며 민족의 새로운 화합과 활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대우의 모든 문제는 나의 책임일 뿐이며 일절 변명할 생각이 없고 국민께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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