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2002년 부산시살림 '외화내빈'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30분


2002년 부산은 4대 국제행사가 열리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질적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많았던 한해였다.

먼저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의 한국전 첫 경기(6월 4일)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데 이어 부산아시아경기대회(AG·9.29∼10.14), 부산세계합창올림픽대회(10.19∼10.27),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FG·10.26∼11.1) 등이 잇따라 부산에서 열렸다.

특히 부산AG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 남북한 동시 입장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통일과 화합을 다지는 아시아드로 자리매김됐다.

그러나 1만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대회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성공을 거뒀으나 대회주체인 부산AG조직위원회의 관리와 운영은 ‘엉망’이어서 대회를 ‘조지는(망치는)’ 조직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 부산시와 정부 각 부처 등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불친절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여 ‘부산’의 이미지를 흐려 놓았다. 선수촌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고장, 판정시비, 국기게양 미숙, 엉터리 홍보물, 프레스센터 운영 엉망 등 대회 전반에 걸쳐 미비점이 드러났다.

‘성공대회’라는 부산시와 AG조직위의 자화자찬이 끝나기 무섭게 부산합창올림픽과 부산FG, 부산국제영화제가 연이어 개최돼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데 ‘집중도’가 떨어졌다. 한꺼번에 굵직한 행사가 잇따라 열림으로써 시민들의 ‘힘’이 집중되지 못한 데다 부산시의 행정력도 분산되고 각 행사를 지원하는 지역업체의 부담도 컸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수렁에 빠진 지역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의 기미를 보인 점은 다행이었다. 올 1월 부산지역 실업률이 4.6%대를 기록, 9년만에 전국 최고 실업률에서 탈피한 데 이어 9월에는 2.7%까지 낮추는 등 고용안정을 실현했다.

올 한해 부산의 살림살이를 결산해 보면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나름대로 노력은 했겠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어갈 구심점이 마련하지 못하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각종 체육시설의 사후관리대책을 잘 세우지 못한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이런 저런 행사를 치르면서 비대해진 공무원조직을 재정비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이 때문에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텅빈 한해였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진전송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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