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그룹 비자금 의혹 증폭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26분


검찰은 17일 보성그룹의 비자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의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아 관련 인사들을 형사처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2000년 1월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이 횡령한 9억1500만원 가운데 일부를 전달받은 정관계 인사들은 당시 현직을 떠나 있었으며 이들이 받은 돈의 명목도 채무변제, 위로금 등으로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직 출신인 정치인 K씨가 받은 5000만원은 채권 채무 관계 청산 및 주식 투자금 명목이었고 정보기관 책임자 출신인 또 다른 K씨와 사정기관 총수를 지낸 또 다른 K씨가 각각 받은 280만원과 1000만원가량은 퇴직위로금 등이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직원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10만원권 수표 5장은 보성그룹 계열사 임원 가족이 은행에 입금한 것인데 청와대 직원이 이 은행에서 50만원을 이 수표로 바꾼 뒤 송금하는 바람에 비자금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오해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이 중 여러 의혹사건에 연루된 서울시 고위직 출신 K씨에 대해 너무 쉽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았으며 그 뒤 다른 사건에 개입해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6억원대의 현금과 주식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점과 그가 정치권 주변에서 보인 활발한 행보를 감안할 때 김 전 회장에게서 받은 5000만원도 정관계 로비의 대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이 보성그룹의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할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그가 보성그룹의 비자금 수억원을 여권 실세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수사가 계속됐다면 그를 통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성그룹의 비자금 사용처 수사는 6월 말 이 수사를 전담했던 검사가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돕기 위해 파견을 나간 직후 중단됐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선 이후 어떤 형태로든 재수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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