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업도 비즈니스 마인드 가져야”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9시 36분


“그래도 농촌은 가능성이 많은 곳이예요.”

경북 영주시 이산면에서 ‘야콘’ 농사를 짓고 있는 김창환(金昌煥·25)씨. 정성껏 재배한 야콘을 판매하기 위해 전국의 백화점을 돌아다니랴 농업연수 받으랴 겨울을 잊고 산다. 남미가 원산지인 야콘은 고구마처럼 생긴 식물로 ‘땅속 과일’로 불린다.

“농촌에 대해 절망적인 이야기가 많은 현실과 대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 정도는 기업체에 취직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취직하든 농사를 짓든 고민하면서 부딪히면 어디서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씨는 원래 철학도였다. 1996년 대전 한남대 철학과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 99년 경북 상주대 식물자원학과로 편입학했다.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철학적 결단’을 농학을 통해 실천한 것.

“아버지가 고향에서 야콘을 시범 재배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야콘은 아직 생소한 편이라 실패할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막연했지만 이제 조금씩 ‘길’이 보이네요.”

김씨가 아버지와 함께 3만평 가량의 흙에서 올 가을 재배한 야콘은 100t. 이 중 절반 가량을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서울 등지에 판매하고 홈페이지(www.yacon.net)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억원으로 3년 만에 20배 가량 성장했다. 서너명이던 전자상거래 회원도 이제 500여명으로 불었다.

“농업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러나 ‘취직 준비하다 안 되면 농사라도 짓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성공할 수 없어요.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농업도 생산 못지 않게 고객관리나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판매한 야콘을 다섯 번이나 리콜해준 적도 있고요.”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친환경농업교육 등 농업 관련 전문교육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농업벤처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농업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농업전문학교에 다니는 남동생도 내년에 김씨와 합류할 예정.

“농산물 시장개방에 맞서기 위해서는 농사를 짓는 사람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농업은 주먹구구식이 너무 많아요. 농산물 생산과 판매에서 비교 우위를 갖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농민을 지원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붇기입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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