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료 카드결제 겉돈다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39분


모범택시 운전사 대부분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믿고 현금 없이 모범택시를 탔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이같이 모범택시들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데도 서울시의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12일 자정을 전후해 본사 취재팀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모범택시 20대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지를 물어본 결과 80%인 16대가 카드 결제를 거부했다.

전국 6700여대(서울 4300여대)의 모범택시에는 지난해 12월까지 의무적으로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갖추도록 돼 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드 결제가 겉돌고 있는 것이다.

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모범택시나 대형택시는 2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카드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해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국민카드가 10월 250개 업종의 신용카드 가맹점 이용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택시(모범 일반 포함) 1만9084대가 가맹돼 있으나 사용 실적이 있는 택시는 2836대에 불과했다. 전혀 실적이 없는 택시가 전체의 85.1%를 차지한 것. 이 같은 수치는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서비스업의 신용카드 미사용 비율(81.9%)과 미술 음악 등 예능계 학원(75.2%)에 비해서도 높은 것이다.

건설교통부 운수정책과 관계자는 “신용카드 승인 시간이 5분까지 걸리기도 해 택시운전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결제시간이 짧은 카드 결제 시스템을 2004년 6월경까지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새로운 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 서울의 경우 지난해 9월 모범택시와 대형택시 등에 카드단말기는 물론 영수증 발급기까지 설치가 거의 완료된 상태여서 새 기기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택시경력 24년째인 이모씨(67)는 “보조금 없이 약 20만원을 들여 영수증 발급기 등을 달았지만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 기기는 영수증 발급기와 신용카드결제 기능 등을 통합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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