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변호인 참여制' 논란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45분


검찰이 피의자를 신문할 때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놓고 검찰과 변호사들 사이에 상당한 입장차가 있어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검은 11일 피의자 신문과정에 변호인의 참관을 허용하되 피의자 답변에 일일이 개입하지는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변호인 참여제’를 추진키로 하고 관련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변호사에게는 가혹 행위 등이 있었는지 참관하고 신문이 끝난 뒤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 지 진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안이다.

검찰은 또 허위 진술이나 공범 도피, 증거 인멸 등이 우려될 경우에는 지검장이나 차장이 변호인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 참여를 통해 피의자 답변의 자의성과 임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라며 “그러나 신문과정에서 변호사가 개개의 답변에 모두 개입한다면 신문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변호사들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변호인 신문 참여권이 거의 무제한 허용되고 있다”며 “검찰에서 참여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편의적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변호사에게 신문이 끝난 뒤 피의자 진술 조서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 중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피의자 조서 열람권과 함께 신문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피의자가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일부 차단한다면 변호인 참여제 도입의 의미가 희석된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하창우(河昌佑) 변호사는 “법무부가 당초 변호인 참여권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식으로 입법이 추진되면 사실상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으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일선 지검 지청의 의견을 수렴해 변호인 참여제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한 뒤 법원행정처와 변협 등의 의견 조회를 거쳐 이르면 2003년 1월경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 낼 계획이다.

▼외국 사례▼

미국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참여권을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들이 기소된 뒤 검찰에서 신문받을 때 변호사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어 대답하는 사례는 드물고 변호인의 조력은 대부분 법정에서 받는다. 다만 검찰 수사시 감형을 대가로 유죄 인정을 합의하는 ‘플리 바겐(Plea bargain)’ 제도가 있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이 단계에서 변호사에게 일일이 의견을 듣고 대답한다는 것. 일본의 경우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권이 경찰이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변호사의 참여권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만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실체적 진실 규명이나 수사를 부당하게 지연할 우려가 있을 경우 등에는 제한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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