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③대중교통 빠르게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53분


22일 오전 8시경 시내버스들이 서울 광진구 능동 인근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빠른 속도로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다. 옆 차선에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이종승기자
22일 오전 8시경 시내버스들이 서울 광진구 능동 인근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빠른 속도로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다. 옆 차선에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이종승기자
매일 아침 고집스럽게 승용차를 모는 사람들에게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느리고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 1분이 아쉬운 출근시간. 그러나 버스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꽉 막힌 길을 구불구불 돌기 일쑤고, 지하철도 출입문을 몇 차례나 여닫은 뒤에야 출발한다. 2003년을 ‘대중교통 혁신 원년’으로 정한 서울시 교통정책의 핵심은 버스와 지하철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승용차보다 느린 대중교통〓승용차와 버스로 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를 직접 시험해 봤다.

22일 오전 6시45분 인천 동춘동 금호 동아아파트 앞. 기자는 서울역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탔고 회사원 최정환(崔廷煥·41)씨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으로 승용차를 몰았다. 둘 다 경인고속도로를 탔다.

▼관련기사▼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①]걷고 싶은 도시로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②]도심 승용차를 줄이자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④]대중교통을 편하게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⑤]외곽과 도심을 연계하자

오전 8시40분 버스가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최씨에게 연락했더니 그는 “25분전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막 끝냈다”고 했다. 최씨는 “기름 값 등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시간을 아끼려면 승용차를 타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지하철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출근시간대에 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에서 서울시청까지 승용차를 타는 경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7분인데 반해 지하철은 이보다 18분이나 더 걸린다.

▽대중교통을 빠르게〓21일 오후 7시반 서울 광화문에서 1007번 좌석버스를 탔다. 서울역 남대문을 거쳐 종로 1∼6가를 지나는 동안 버스는 불법 주차된 차량과 버스전용차로를 넘나드는 택시들 때문에 시속 20㎞ 이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루하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버스는 성동구 용답동 동부시장을 지나자 맨 왼쪽 중앙 버스전용차로로 접어들어 천호대로를 시속 50∼60㎞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에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이 버스를 이용하는 회사원 김수진씨(24·여)는 “러시아워 때도 걱정이 없다”며 “승용차는 집에 두고 주말에나 쓴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용답동 동부시장∼천호대로 구의사거리까지 4.5㎞만 실시하고 있는 버스 중앙전용차로제를 강동구 길동 쪽으로 3㎞ 연장하고, 내년 4월에는 도봉로 미아로 등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시는 버스 중앙전용차로제 확대 외에 교통신호시스템을 버스 위주로 바꾸고, 넓은 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간선버스를 내년 4월 노원 도봉 강북 성북구 등 동북부 지역부터 도입할 예정. 간선버스 노선은 시가 소유해 불필요한 중복을 피한다.

▶노선도 참조

또 내년 7월 일산지역을 시작으로 고속도로와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해 수도권 도시와 서울 도심을 오가는 광역급행버스도 새로 만든다.

지하철도 빨라진다. 2007년 1단계 구간 공사가 끝나는 9호선에는 급행 전동차가 추월하는 동안 완행이 잠시 멈춰 설 수 있도록 대피선을 만들고, 기존 1∼8호선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전동차가 몇몇 역을 정차하지 않고 건너뛰는 ‘격역(隔驛)제’를 실시한다.

▽부처간 협조가 필수〓서울시의 이런 야심 찬 계획이 성공하려면 건설교통부 등 정부 부처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시는 통근용 광역급행버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용차로가 없는 경인고속도로와 자유로 등에 버스 전용차로를 만들자고 제의했지만 정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철(金敬喆) 서울시 교통체계개선 연구지원단장은 “부처간 협조가 잘 안되면 대중교통 개혁작업은 한계에 부딪치고 말 것”이라며 “이제 정부의 교통정책도 차 위주에서 벗어나 사람을 보다 빠르고 편하게 실어 나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수송분담률 추이 (단위:%)
구분 1991년1993년1995년1997년1999년2001년
지하철21.225.629.830.833.836.5
버스41.438.636.729.428.827.6
택시12.611.810.710.1 9.2 8.4
승용차14.114.214.520.619.618.7
자료:서울시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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