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도 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개인정보 유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모처럼 싹트기 시작한 전자상거래 시장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명무실해지는 법규〓인터넷 전자상거래가 급증하자 정부는 각종 법률을 제정해 이용자 보호에 나섰다. 1999년 이후 등장한 관련법은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인터넷사이버몰 표준약관, 전자거래 소비자 보호지침, 개인정보 보호지침, 인터넷사이트 안전마크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이 법규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개인정보(프라이버시)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이 법규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구 경일대 서민교(徐敏敎·인터넷국제통상학과) 교수 등 3명이 수도권과 광역시의 전자상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692명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의식’을 조사한 결과 거래 때마다 개인정보 보호방침을 확인한다는 경우는 74명(11%)에 그쳤다. 이용약관을 읽지 않는 경우도 450명(65%)이었으며,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모른다는 대답이 386명(56%)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는 불안하다〓결국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정보가 노출된 소비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의 86%는 전자상거래를 하며 신용카드로 결재할 때 ‘불안하다’고 답했다.
또 웹사이트 회원가입 때 84%가 ‘인터넷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 중 95%는 프라이버시 침해가능성을 우려했다. 응답자의 72%는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들이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예금계좌번호 직장전화번호 등은 마지못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인터넷 사업자들은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요구하고 소비자는 관련 법규를 잘 모르고 있어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둘러싼 분쟁 급증〓결국 사업자들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 소비자와의 다툼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따르면 2000년에 접수된 개인정보침해 신고건수는 2035건이었으나 지난해는 1만 1164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는 매월 2000여건이 접수돼 10월말 현재 1만 5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스팸메일(올 10월 현재 7만여건 신고)을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규모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신고유형은 △이용자의 동의없는 개인정보 수집 △제3자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 철회 또는 정정요구 불응 △법정 대리인 동의 없는 아동의 개인정보수집 등이 많았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